무명 예술가 발굴, 잡지 '브래킷' 제작진

입력 2014-05-17 07:50:37

묻혀 있던 실력파 작가 찾아냈을 때 희열 느껴요

디자인 편집기자 크리스토퍼 코트 집에서 회의 중인 브래킷 에디터들. 왼쪽부터 편집장 제스 힌셔, 에디터 시빌레 캐바신, 디지털 편집기자 리사 하이필, 셰런 레이츠타터. 작은 사진은 브래킷 잡지. 브래킷 제공
디자인 편집기자 크리스토퍼 코트 집에서 회의 중인 브래킷 에디터들. 왼쪽부터 편집장 제스 힌셔, 에디터 시빌레 캐바신, 디지털 편집기자 리사 하이필, 셰런 레이츠타터. 작은 사진은 브래킷 잡지. 브래킷 제공

영어 '브래킷'(bracket)은 우리말로 '괄호'를 의미한다. 문장 속 괄호가 그렇듯 예술잡지 브래킷([b]racket)은 숨은 예술가들을 사회에 포함하는 역할을 한다. 브래킷은 실력은 있지만 작품을 알릴 기회가 없는 예술인들에게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제공한다. 이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다. 브래킷을 처음 만든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모두 대구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다. 6월호 브래킷을 제작하려고 아침 일찍 한자리에 모인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코트(28), 에디터 시빌레 캐바신(24), 블로그 운영자 리사 하이필(26)을 14일 만났다.

◆예술가와 지역 커뮤니티 소통 돕는다

브래킷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에게 작품을 알릴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민들이 잡지를 통해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잡지가 첫선을 보인 것은 2012년 10월. 제스 힌셔, 그레그 레이체크, 크리스토퍼 코트 세 사람이 힘을 모았다.

잡지 제작 의도는 순수했다. 예술가들 사이에 양극화가 심하다는 생각이 잡지를 만들게 된 배경이 됐다. 코트 씨는 "한국에는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와 '아무 데도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는 작가' 두 부류로 나눠진다"며 "실력에 비해 작품이 빛을 보지 못하는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브래킷은 매월 6명의 신진 작가를 소개한다. 작가들의 참여는 무료다. 또 브래킷은 잡지나 웹사이트가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전시 장소는 중구 북성로 1가에 위치한 '티 모닝 카페'다. 사람들이 벽에 걸린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작품도 살 수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디자이너 코트 씨, 에디터 캐바신 씨와 하이필 씨는 모두 예술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캐바신 씨는 캐나다의 노바 스코티아 예술디자인 대학교(Nova Scotia College of Art and Design)를 졸업했고, 코트 씨는 미국 시애틀에서 판화기법 중 하나인 실크스크린 작품 활동을 했다.

잡지로 돈을 벌지 못해도 이들은 자신들의 일에 열정을 다한다. 유일한 수입원이 광고 수익이지만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음 호 잡지를 제작하는 데 고스란히 쓰인다. "바쁜 시간을 쪼개 일하는데 돈을 못 벌어서 어쩌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오히려 잡지를 통해 얻는 게 많다"고 답했다.

코트 씨는 "사람들이 '미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돈이 목적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술가와의 만남이 그들에게는 최고의 보상이다. 잡지를 만들면서 멋진 작품을 덤으로 감상하고, 묻혀 있던 실력파 작가들을 발굴할 때 이들은 희열을 느낀다. 하이필 씨는 "브래킷 활동을 하면서 작은 갤러리나 다양한 예술가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꼭꼭 숨겨진 곳을 발견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본 독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일 때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만족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제 브래킷 홍보해야죠"

두 달 전부터 브래킷은 활동 반경을 넓혔다. 대구에 이어 서울과 부산에도 브래킷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대구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 진출하겠다는 단기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대구에서 브래킷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다양하다. 카페 20여 곳과 대구스타디움 근처에 있는 대구미술관,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브래킷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여태껏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작품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브래킷 자신을 홍보할 차례다. 코트 씨는 "그동안 예술가를 홍보했다면 이제는 우리 잡지를 홍보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가를 찾는 일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브래킷에 참여하는 법은 간단하다. 참여를 원하는 작가는 웹사이트(www.bracketmagazinekorea.com)를 방문해 요건에 맞춰 이메일로 작품을 제출하면 된다. 작품을 실을 때 드는 비용은 없다. 브래킷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지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잡지에 작품을 실을 수 있습니다. 진심은 어디에서든 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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