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쌓아두기보다 해결 위한 적극적 의지를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았던 두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당연히 갈등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싸움도 일어난다. 하지만 갈등을 계속 쌓아두다 보면 결국 파국을 맞는다. 김영호 대구가족상담센터 소장은 "만약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부부의 날을 '문제 해결을 결심하는 날'로 잡아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의 날을 맞아 최근 가장 많이 보이는 유형의 부부갈등 사례와 그 해법을 살펴봤다.
◆시댁과 한편인 남편
김수길(가명'36) 씨는 모든 일을 어머니와 상의하는 사람이었다. 총각 시절이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결혼 이후에는 김 씨의 태도가 부부갈등의 씨앗이 됐다. 김 씨의 어머니는 아들 부부의 아파트 열쇠를 가지고 밤낮 구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 씨의 아내는 시어머니가 언제 어떻게 들어오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껏 쉴 수조차 없었다. 이러한 불만이 쌓여갈 때쯤. 지난여름 휴가계획을 논의하다 그 불만이 터지고 말았다. 김 씨는 아내에게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곳으로 정했다"며 "어머니도 함께 모시고 가자"고 했다. 아내는 "내 의견은 안 물어보고 결정하느냐"며 화를 냈다. 이 사건이 발단이 돼 김 씨 부부는 갈등의 길로 빠져들었다.
상담센터에서는 김 씨가 어머니로부터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독립하고 어머니와 아내의 경계선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 상담이 진행됐다. 상담센터는 시어머니도 같이 상담을 받게 했다. 시어머니의 행동과 남편의 태도가 본의 아니게 며느리, 아내를 힘들게 했을 뿐만 아니라 소외감까지 느끼게 했다는 점을 설득시켰다. 다행히 시어머니가 상담을 통해 문제가 있음을 깨달아 세 사람 사이의 관계 재구성이 수월해졌다.
◆아내를 벗어나고 싶은 남편
올해로 결혼 15년 차인 최명수(가명'43) 씨는 10년째 아내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 최 씨는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기 시작한 건 순전히 아내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혼 생활이 5년째 접어들자 최 씨는 아내가 끊임없이 자신을 통제하고 잔소리하고 가르치려 들자 점점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식어갔다. 이때 친구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한 여성을 만난 최 씨는 그 여성의 애교와 여성스러움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결국 최 씨는 그 여성과의 외도에 많은 시간과 돈을 쓰게 됐고 이를 알아차린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정신이 번쩍 든 최 씨는 아내와 함께 부부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센터는 최 씨 부부를 상담한 결과 최 씨가 외도를 저지른 원인이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가 아님을 발견했다. 최 씨가 외도를 저지른 원인은 어찌 보면 남편이 아내에게 기대하는 부부의 정이나 남편으로서의 예우를 아내로부터 받지 못해 외로움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봤다.
상담센터는 최 씨의 아내에게 남편의 마음을 설명해 주었고 남편을 용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남편과 아내가 상호작용하는 부부관계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함으로써 이 부부는 파국을 넘길 수 있었다.
◆가정폭력 끊어내기
이형수(가명'47) 씨는 결혼생활 20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아내 정길자(가명'45) 씨에게 가혹할 정도로 언어'신체 폭력을 일삼았다. 폭력의 정도가 너무 심해 이를 지켜본 자녀들이 112에 신고를 할 정도였다. 이 신고로 이 씨 부부는 가정법원에서 상담위탁 7호 처분대상자로 부부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위탁받았다.
이 씨는 "아내가 평소 자기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내가 부유한 친정과 자신의 불우했던 친가의 가정환경을 비교할 때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또 정 씨는 남편의 학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에 대해 감정적으로도 성적으로도 냉담해져 결국 각방 쓰기와 부부관계도 거절하는 등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악화돼왔다.
부부상담센터는 작은 무대 하나를 마련했다. 먼저 무대에 올라간 남편은 어린 시절 술 때문에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서로에게 "아, 그렇구나" "당신 심정 이해해"라는 식의 공감을 표현하는 말을 많이 쓰도록 했다. 또 가정폭력이 부부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정신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갔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