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군대가 이집트 원정을 떠났을 때였다. 1799년 나일강 어귀에 있는 소도시인 로제타 부근에서 한 병사가 참호를 파다가 평평한 삼면에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그리스 문자 등 세 개의 다른 문자로 글이 새겨진 돌을 발견한다. 해독 결과 4천 년 전에 쓰인 글로 그 내용 중에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로제타스톤' 이야기다. 하지만 사실 로제타스톤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피라미드의 돌에 새겨진 내용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역사를 통해서 보면 당시 젊은이들에 대한 글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에서는 유명한 고전 일리아드에 '과거의 장수들은 혼자서도 거뜬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두 명이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라는 표현이 계속 나온다. 이 밖에도 '폴리스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말도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은 아무 데서나 먹을 것을 씹고 다니며 버릇이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함무라비 법전이나 아시리아의 비문에도 비슷한 구절들이 보인다. 어느 시대건 그 시대의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기대에 비해 부족하고 못마땅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어른들이 입이 열 개라도 아이들에게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어른들의 비겁하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기까지 한 모습들이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백일하에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앞으로 도대체 어떤 것을 가르치고, 또 무엇을 나무랄 수 있을 것인가?
오래전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 어느 시인이 과수원에서 쓴 시를 읽고 가슴 설렌 적이 있었다. '우리는 차라리 우리 어린 것들에게 제일 가까운 곳의 별을 가르쳐 뵈일 일이요, 제일 오래인 종(鍾) 소리를 들릴 일이다'란 구절에서는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됐을 때의 자세를 꿈꾸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앞길을 가리키면서 선배들의 오랜 경험을 들려주리라는 바람도 가졌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욕심은 당분간 접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손으로 억지로 떠나보낸 애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과연 무엇을 잘못했고, 잘못하고 있는지 몇 번이고 되새겨 볼 것이다. 일전에 '나눠 가진 책임은 가벼워질까'라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필자에게 "공(功)은 나눌 수 있지만 과(過)나 책임은 절대 나눌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도대체 내가 감히 다른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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