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애도… 공연예술계도 '노란 리본' 아프게 묶다

입력 2014-05-10 08:00:00

'세월호 참사' 여파 5월도 애도 분위기 이어져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노란 리본을 내건 대구 주요 공연장 홈페이지 메인 화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노란 리본을 내건 대구 주요 공연장 홈페이지 메인 화면.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나라 전체가 깊은 애도 분위기에 잠기면서 4월 하순에 이어 5월까지도 공연예술계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여느 해 같으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린이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마련될 시기지만, 각종 축제와 문화행사들의 취소와 연기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의 행사는 물론 민간 주최 행사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각급 학교 동창회 체육대회까지도 취소 내지 연기 대열에 동참했으니 다른 행사들이야 재론의 여지가 없다.

◆야외 축제성 행사 대부분 취소'연기

대구시는 최근까지 제12회 대구경북국제관광박람회, 제92회 어린이날 경축행사, 부처님 오신 날 달구벌 연등행렬 등 10여 개의 본행사나 개막행사를 취소했다. 특히 4월 24일부터 4일 동안 개최 예정이었던 대구경북국제관광박람회의 경우 기자간담회까지 개최했지만 개막 사흘 전 급작스럽게 행사가 취소됐다. 이렇게 갑자기 행사가 취소되면서 300여 개 참여 지자체와 관련 단체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3천만원까지 모두 수십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5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약령시 한방문화축제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로 연기됐으며,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예정돼 있던 제25회 동성로축제 역시 잠정 연기됐다.

실내와 야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문화 공연과 체험 행사가 이어지는 5월이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 공연장도 애도 대열에 동참

대구문화예술회관은 4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소극장 페스티벌을 행사 개막 하루 전날 취소했다. 박재환 관장은 "웃고 즐기는 떠들썩한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개최해도 괜찮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하필이면 처음으로 공연되는 작품이 '선착장에서'라는 제목으로 '뭍에 묻어달라'는 망자의 유언을 지켜주기 위해 거센 풍랑 속에 배를 띄우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고 있어 세월호 사고 이후 예민해진 시민들에게 자극이 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대구문예회관은 16,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사당놀이와, 24일 예정됐던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행복한 가정 음악회', 그리고 25일 방짜유기박물관에서 개최 예정이던 김나영 아리무용단 '바람과 빛의 노래'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현재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살며 생각하며' 는 아트마켓과 작가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등 각종 부대행사가 취소되고 전시와 실내 체험만 진행된다.

수성아트피아는 3일부터 5일까지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 공연을 취소했으며, 어버이날을 맞아 8일 무대에 올릴 예정이던 '비 내리는 고모령'과 11일로 예정됐던 '신형원 콘서트'는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아양아트센터에서도 어린이날을 맞아 준비한 '와글와글 페스티벌' 등 야외체험행사를 취소했으며, 대구시민회관은 5월 1일로 열릴 예정이었던 '팝스콘서트'를 6월 10일로 연기했다.

그나마 최소한으로 개최되는 문화행사마저도 레퍼토리를 수정해 추모와 애도의 뜻을 담은 곡을 연주하거나, 행사 시작과 끝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를 게시하고 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16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릴 제403회 정기연주회의 공연 부제를 '나의 슬픔, 나의 행복'으로 잡았다가 문구를 삭제했으며, 지난달 25일 열린 기획공연에서도 첫 곡으로 예정됐던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행복한 항해' 서곡을 빼고, 애도의 뜻을 담아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연주했다.

워낙 희생자가 많은 국가적 재난인 만큼 떠들썩한 축제는 자제하고 추모나 애도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중론이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한 예술인은 "가난하고 힘든 예술인에게는 행사가 많은 5월이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시즌인데, 워낙 많은 공연과 행사가 취소되면서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이라는 푸념도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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