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씨 나라꼴에 웃음 나와?…『김정은의 11가지 딜레마』

입력 2014-05-10 08:00:00

김정은의 11가지 딜레마/김승철 편저/늘품플러스 펴냄

북한 함흥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지은이는 평북과 함흥에서 직장생활과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가 1993년 1월 북한을 탈출, 1994년 한국으로 왔다. 한국생활 20여 년에 '이제는 대한민국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지은이는 2011년 이후 탈북한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이전의 북한과 지금의 북한이 크게 다름'을 느꼈다.

그는 "어떤 통일을 하느냐에 따라 '대박통일'이 될 수도 있고, '부담이 되는 통일'이 될 수도 있다. 대박통일과 부담통일 사이에는 북한이라는 실체가 있다.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통일이 되면 부담이 될 것이고, 서로를 잘 알고 대비하는 통일이 되면 대박이 될 것이다. 지금 한국 국민이 알고 있는 북한은 피상적으로 아는 상대일 뿐 체험과 느낌으로는 거의 모르는 상대"라고 말한다.

책은 탈북한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 정권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11가지로 분류해 소개한다.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생활, 교통, 군대 등 각 분야뿐만 아니라 김정은 우상화와 기쁨조, 깡통군대, 북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약과 매춘, 반체제 저항까지 담고 있다.

책은 북한 내 범죄자 교화소로 알려져 있는 '노동 단련대'는 식량난과 강도 높은 노동, 열악한 의료상태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열악하다고 말한다. 매일 폭력사건이 발생하고, 감찰과 지도원은 알면서 모른 척하며, 대장에게 40만원을 주면 아프지 않은 사람도 병보석으로 나갈 수 있는 비리의 온상이다. 사정이 이러니 강냉이 몇 알 훔쳤다가 노동단련대에 들어온 사람이 더 나쁜 사람이 되어 나가기 일쑤고, 비교적 건강했던 사람들도 병신이 되어서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입시전쟁으로 과외 열기가 대단하며, 일류대학 입학은 과외가 해결사라고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특목고에 해당하는 '1고중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의 절반은 커닝과 뇌물로 합격하며, 부자들은 1고중 학교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자녀들을 과외공부를 시켜 대학에 들어가게 한다. 일반 중학교 학생들 중에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매년 1, 2명씩 있는데, 이들 역시 1고중 학교 교사들에게 따로 과외를 받는다.

북한의 협동농장마다 수확철이 되면 군 트럭이 나타나 전체 생산물의 45%를 군량미로 가져간다. 그래서 농장마다 예상수확량을 줄이려고 군경영위원회에 뇌물로 매년 벼 5, 6t씩을 바치기도 한다. 그 결과 군대에도 식량이 부족하고 협동농장에도 식량이 부족하다. 반대로 경영위원장, 계획지도원, 계획과장, 자재과장 등은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집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잘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판다'는 의식이 만연하다. 훔쳐서 팔고, 여자들은 몸이라도 판다. 고려자기, 조선백자 등을 전문적으로 도굴해서 판매하는 도굴꾼이 있고, 한국산 모조 청자를 진품으로 꾸며 파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모인 골동품들은 신의주로 모여 중국으로 넘어간다. 물론 중국의 장사꾼과 거래할 때는 북한 해안경비대를 끼고 한다. 골동품 장사꾼끼리 살인 행각도 벌어진다. 골동품이 있다고 하면 진품인지 확인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사람을 죽이고 골동품만 훔쳐 달아나는 것이다.

책은 북한의 주민감시체제, 권력유지를 위한 아방궁과 성 상납, 북한 군대의 식량난, 성문화와 결혼풍속도, 북한에 부는 자본주의 바람, 뇌물로 굴러가는 평양 지하철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또 북한의 기름, 전기, 가스 수급 실태, 무너지는 우상숭배 현상 등을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42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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