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장례에 대한 기본 인식은 영혼 불멸의 내세관, 죽음도 이승에서 저승으로 공간 이동의 개념이었다. 고분에 수장되는 모든 부장품들은 이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의식주 생활 전반 부장품이 무덤으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불로동 고분군에서 재미있는 부장품들이 있다. 무덤 한쪽에 잘 차려진 음식들이다. 91호, 93호 부곽의 항아리에선 상당량의 동물 뼈들이 관찰됐다. 잉어, 닭, 상어 등 동물 뼛조각들이다. 아마도 사자가 생전에 즐겨 먹던 음식일 것이다.
주변 금호강이나 불로천에서 잉어나 누치들이 잡혔으니 물고기가 발견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상어 뼈다. 상어가 지역 식탁에 오르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두 가지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첫째 염장(鹽藏)이다. 동해나 남해와의 거리를 가정한다면 운반에 2, 3일 정도가 소요되고 이 경우 숙성이나 염장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학자들은 이곳 상어에서 영천 돔배기의 기원을 조심스럽게 추론하기도 한다. 경북대 주보돈(사학과) 교수는 "음식 문화처럼 오랜 세월과 전통이 유지되는 습관이 드물다"며 "경주, 경산 임당동 고분이나 불로동에서 발견되는 상어 뼈들은 삼국시대 음식 문화가 현대까지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또 삼국시대에 동해안 지역과 경주, 대구, 경산을 아우르는 교류,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었음을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말뼈는 더 흥미롭다. 석곽의 규모를 가정한다면 말이 통째로 부장되었을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말 역시 일부분이 사자(死者)의 음식으로 넣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신석기 시대부터 말뼈가 출토되고 고대 기록에도 말피가 중요한 의전으로 쓰인 걸 보면 말고기도 식용으로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의 관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음식 문화지만.
1천500년 세월을 넘어 세상 밖으로 나온 두 음식, 돔배기와 말고기. 아마도 고인의 마지막 입맛을 지켜주었던 당시 최고의 요리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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