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세상…다양한 공유, 장난감·車부터 재능까지

입력 2014-05-10 07:01:50

열린옷장에서는
열린옷장에서는 '희망을 담은 정장'을 대여할 수 있다. 열린옷장 제공
장난감도서관에서 김영준 씨와 딸 김리나 양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의정 기자
장난감도서관에서 김영준 씨와 딸 김리나 양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의정 기자
쏘카 홈페이지에서 자동차를 예약하는 화면. 화면캡처
쏘카 홈페이지에서 자동차를 예약하는 화면. 화면캡처
위즈돔을 통해 이루어진 세계적 바리스타 김진규와의 만남. 위즈돔 제공
위즈돔을 통해 이루어진 세계적 바리스타 김진규와의 만남. 위즈돔 제공

남이 쓰던 물건을 쓰면 찜찜하지 않을까?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이 번거롭지는 않을까? 내 물건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내 물건을 남과 공유해서 쓴다면 이런 걱정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최근 불고 있는 공유경제 열풍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찾아볼 수 없다. IT 기술로 절차를 간소화하고 개인 인증을 통해 신뢰성도 보장한다.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물건에서부터 지식공유에 이르기까지 공유 대상도 천차만별이다. 공유, 어디까지 또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옷 속에 사람이 있다 '열린옷장'

'열린옷장'은 안 입는 정장을 기증받아 필요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요금을 받고 제공하는 공간이다. 열린옷장 김소령 공동대표가 주목한 사람들은 청년 구직자였다. "갑자기 면접 기회가 닥쳤을 때 고가의 옷을 사기는 어렵죠. 사회 초년생들에게 선배들이 안 입는 정장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용료는 2천원에서 1만원까지, 종류마다 다르다. 재킷과 바지는 1만원, 셔츠와 블라우스, 구두, 가방은 5천원, 넥타이와 벨트는 2천원이다.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에 위치한 열린옷장을 방문하면 정확하게 치수를 재고 몸에 꼭 맞는 옷을 빌릴 수 있다. 직원들로부터 스타일링 팁을 얻을 수도 있다.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대여를 신청해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열린옷장에서는 단순히 옷만 공유하지 않고 사연을 주고받기도 한다. 기증자가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대여자도 좋은 옷을 잘 입었다는 마음을 담아 응답 메시지를 남긴다. 김 공동대표는 "주고받는 메시지가 옷의 가치를 바꾼다"고 말한다. "대여자는 '안 입는 옷을 입는다'는 기분보다는 응원을 받는다고 느끼고, 기증자도 잘 입었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옷이 가치있게 쓰였구나' 하는 보람을 느끼죠."

◆아이들이 행복한 공간 '장난감 도서관'

'장난감 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장난감을 빌릴 수 있는 곳이다. 2008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신세계희망장난감도서관을 찾았다. 대구시 동구 서호동 대구종합사회복지관 3층에 있는 장난감도서관에는 1천100여 종의 장난감이 있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장난감에서부터 미끄럼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연간 2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모든 장난감을 500원에서 5천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에 대여할 수 있다. 한 번 빌릴 때 3개까지 빌릴 수 있고 대여 기간은 2주다. 추가 요금을 내면 최대 2개월까지 연장도 가능하다.

대구종합사회복지관 복지사업팀 노영희 대리는 "한 번 산 장난감은 얼마 안 가 쓰지 않게 되는데 그런 부모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난감 도서관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이곳에 있는 장난감들은 한마디로 동네 아이들 모두의 장난감이다. 오전에는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놀러 오기도 하고 오후에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장난감을 빌려 가기도 한다.

아이가 쓰는 물건을 함께 쓰는 데 거부감은 없을까? 18개월 된 딸을 데리고 장난감 도서관을 찾은 이혜림(동구 율하동) 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감사하죠. 아이들은 쉽게 싫증을 느껴 금방 새로운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장난감 도서관 덕분에 걱정 많이 덜었죠."

◆내 차보다 편리한 '쏘카'

'자동차=개인적인 재화'라는 공식이 변하고 있다. 자동차를 사회적인 재화로 바꾸고, 사회적 비용을 낮추자는 생각이 '쏘카'가 등장한 배경이다. 공유는 소유보다 불편할 때가 많다. 빌리고, 반납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다른 사람과 나눠 쓴다는 거북함이 생길 수도 있다. 쏘카를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김인나 씨는 "기존 렌터카 업체보다 대여, 반납하는 절차가 매우 간편하고, 짧은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회원 등록만 돼 있다면 모바일로 쏘카존을 검색해 바로 차를 빌려 탈 수 있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쏘카 사이트에 운전면허와 결제카드를 등록한 뒤 정회원이 되면 회원카드를 집으로 배송해 준다. 차량의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는 카드다. 쏘카 예약은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콜센터에서 가능하다. 근처 쏘카존을 검색해 차량을 예약하고 쏘카 앞에 부착된 단말기에 카드를 접촉시키면 차량 문이 열린다. 예약된 시간 동안 이용한 뒤 시간에 맞춰 반납 장소에 주차하면 반납이 완료된다. 요금은 차량 대여료와 주행요금으로 구분되는데 가입 때 등록했던 결제카드로 청구된다.

쏘카의 또 다른 매력은 주택가와 대중교통 환승이 쉬운 곳에서 30분부터 10분 단위로 필요한 시간만큼 자동차를 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요금은 기아자동차 '레이'를 기준으로 30분당 3천300원. 유류비(1㎞당 190원)는 별도다. 현재 대구에서는 대구 동부시외버스터미널, 대구 중구청, 대구역 등 총 9곳에서 쏘카를 예약할 수 있다.

◆인생을 공유하다 '위즈돔'

물건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경험들을 공유하는 곳도 있다. 위즈돔 운영팀장 문재희 씨는 위즈돔을 '사람책 도서관'이라고 소개했다. "사람이 책이 돼서 빌려주는 도서관이에요. 자신의 분야에서 즐겁게 일하는 사람, 자신의 인생과 경험을 나누고 싶은 사람 등 누구나 사람책이 되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위즈돔에 참여하는 방법은 '만남 개설하기'와 '만남 참여하기'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 사람책이 돼 경험을 나누고 싶다면 만남을 개설하면 된다. 위즈돔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프로필,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제목과 내용을 입력해 사람책으로 등록한 후 만남을 개설하면 된다. 만남에 참여하려면 위즈돔 홈페이지에 개설된 만남 중 원하는 만남을 신청하면 된다. 개설된 만남 중 원하는 만남이 없다면 사람도서관에서 검색 후 사람책에게 만남을 요청하면 된다.

위즈돔 사이트(www.wisdo.me) 첫 화면에는 '새로 개설된 만남'들이 전시돼 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 만남 날짜와 시간, 장소, 가격 등 세부 정보가 나온다. 설명을 읽어보고 참여를 신청하면 된다. 위즈돔의 대표 한상엽 씨는 "사회에 만연한 정보양극화를 해결하고 싶어서 위즈돔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의사 집안에서 의사 나고, 변호사 집안에서 변호사가 나는 폐쇄적인 순환 고리를 끊고 싶었어요. 혈연, 지연, 학연 없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연결이 되는 곳이 위즈돔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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