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포기·육아·고령화…한국 사회 트렌드 반영 잔잔한 감동에 인기 쑥쑥
세상이 힘들고 지칠 때, 가장 위안이 되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최근 예능 트렌드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아빠! 어디가?'에서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 예능을 비롯해서, 노후에 부부만이 시골을 지키고 있는 가정을 찾아 효도를 하는 '사남일녀', 그리고 가상의 결혼을 다룬 '우리 결혼했어요'와'님과 함께' 등은 결국 남의 이야기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에는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현실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경제'사회적 여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의 모습에서부터, 결혼 이후 맞닥뜨리게 되는 육아 문제, 핵가족화와 고령화사회 등의 숙제가 화면으로 여실히 비쳐지는 것이다.
◆혼자 살면 외로워
2013년 1인 가구 453만 명,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5%를 넘어서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네 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이음 싱글생활연구소가 20, 30대 1인 가구 3천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인 가구 생활의 힘든 점으로는 경제적인 부담(30%)이 가장 컸으며, 혼자 감당해야 하는 집안일(25%), 극심한 외로움(24%),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 해결하는 점(1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최근 1인 가구들이 함께 사는 '공동 주택 라이프' 포맷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워낙 집값이 비싼 일본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에까지 불어닥친 이 새 주거문화는 경제침체로 인한 젊은이들의 경제난과 이로 인해 결혼이 실생활에서 점점 멀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파생된 '셰어하우스'라는 생활방식이다.
지난달 16일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올리브의 '셰어하우스'와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는 모두 싱글 남녀가 공동 주택에 입주해 실제 가족처럼 살을 맞대고 사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만들어진 식구들이 한집에서 부딪치고 화합하며 진정한 식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너무나 다른' 이들이 '식구'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는 과정과 새로운 관계의 탄생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관찰 예능'이 과거 한 출연자의 죽음으로 급작스럽게 문을 닫은 '짝'의 사례처럼 너무 '짝짓기'로만 출연자들을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MBC '나 혼자 산다'는 이런 장치 없이 1인 가구 그대로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의 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옥탑방에서 오랜 자취 생활의 능력을 인증한 밴드 장미여관의 육중완, 중년의 돌싱남 김용건 등 솔로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외로운 황혼, 사라지는 효의 개념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나오면서 고령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더 이상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고, 70대 노인이 아직 '청춘'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다. 이런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사남일녀'는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 네 형제와 고명딸 이하늬가 남매가 돼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4박 5일 동안 함께 생활하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시골의 정취에서 오는 아련한 향수, 소박한 고향의 정을 느끼고, 어느새 잊고 있던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 그리고 진정한 효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취지다.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관찰 예능 특유의 '관음증'을 드러내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느 날 처음 만난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지만 그 치열함의 목적은 이기적인 생존이 아닌 효도이기에 오히려 아름답게 비치면서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특히 효도 예능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홈페이지에 마련된 '우리 집에 와주세요' 게시판에 신청 가족들이 몰리고 있다. 신청자들은 자신의 부모님과 진짜 가족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성격상 집을 공개하고 4박 5일간 함께해야 하는 점에서 자칫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 '사남일녀'의 초대를 희망하고 있다. '사남일녀'를 즐겁게 보는 할머니를 위해 집으로 초대 요청을 하는 손주, 부모님의 60주년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고 싶다는 사연 등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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