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은 '과속존'…안전교육은 '자습 시간'

입력 2014-05-08 10:13:38

대구 스쿨존 593곳, 3년간 사고 102건 발생

7일 오후 대구 남구 한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에 주
7일 오후 대구 남구 한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에 주'정차된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학교 주변 담벼락에는 '스쿨존 내에서 속도위반 하거나 주'정차 위반을 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현수막이 잔뜩 걸려 있지만 현수막 바로 옆에도 주차된 차량이 많아 어린이 보행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 딸을 둔 이모(34) 씨는 며칠 전 하교하던 아이가 학교 근처에서 차에 치일 뻔했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법주차 돼 있던 차가 후진하면서 아이를 덮칠 뻔한 것이다. 이 씨가 학교 근처에 가보니 그곳엔 스쿨존 단속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화가 난 이 씨는 구청에 스쿨존 불법주차 단속을 강력하게 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이 씨는 "현수막만 학교 둘레에 잔뜩 붙여놓고 정작 단속은 하지 않는다"며 "구청 측은 학교가 주택가에 있어 주변 민원 때문에 잦은 단속이 어렵다는 변명만 늘어놨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및 과속 행위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대구에는 4월 말 현재 593곳의 스쿨존이 지정돼 있다. 스쿨존은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고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주변 500m 이내의 도로에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차량의 주'정차가 금지되고, 30㎞ 이하의 주행 속도를 준수해야 한다. 스쿨존에서 준수사항을 어기면 일반 도로에서 보다 과태료가 가중된다. 속도위반은 16만원, 신호위반은 12만원, 주'정차위반은 8만원 등이다.

하지만 한해 전국적으로 평균 8명의 어린이가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스쿨존에서 10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04명의 어린이가 다쳤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1천765건의 사고로 23명이 숨졌고, 1천788명이 부상했다. 주로 하교시간대인 오후 2~4시(507건'28.7%)에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주차된 차량 사이로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속도위반을 한 운전자들은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반드시 규정 속도를 지키는 동시에 주'정차 위반을 하지 않아야만 어린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스쿨존 교통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구시의 예산은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어린이 보호구역 주변 개선사업에 배당된 예산은 9억1천200만원으로 지난해 48억8천만원에서 대폭 삭감됐다. 이 예산은 주로 초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보행로를 설치하거나 스쿨존 내에서 차량이 빨리 달리지 못하게 과속 방지턱 설치, 미끄럼 방지 포장 등을 하는 데 사용된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사업은 국비와 시비가 50대 50으로 배정된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예산 확대를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안전행정부가 지자제 전체에 예산을 삭감해 사업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