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랑 대구자랑/글 이대현/사진 정운철/매일신문사 펴냄
외지인 중에는 대구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떠나면서 '대구의 텃세' '대구의 보수성 때문에 망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서울에서 실패하면 '시절이 나빴다'거나 '서울은 정말 치열하더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과 다른 태도다. 실패라는 같은 결과를 두고 대구에서 실패했을 때는 그 책임을 '대구'로 돌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시절' 혹은 '자기책임'으로 돌린다. 이런 핑계나 변명이 먹히는 것은 대구의 이미지가 그만큼 나빠졌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대구를 점잖게는 '보수', 심하게는 '수구꼴통'이라고 비판한다. 다른 지방 사람들은 물론이고 대구 사람들도 '대구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대구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구한 사람들 역시 "대구는 말이야…"라며 쉽게 비판을 한다.
19세까지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 대구를 알면 얼마나 알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거 봐라, 대구 사람들조차 대구를 욕하지 않나"라며 쌍수를 든다. 그 같은 왜곡된 시선과 비판에도 대구 사람들은 듣고만 있다. 아마도 정치적 위상의 추락, 주력산업의 이주와 몰락에 따른 경제 주도권 상실로 인한 자괴감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체면을 중시하고 '굳이 자기 자랑을 하지 않으려는 풍조'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 책 '대구사랑 대구자랑'은 부정과 절망으로 낙인찍힌 대구의 모습이 대구의 진짜 모습이 아님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일본의 국권침탈로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대구는 1907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했다. 1960년의 2'28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효시(嚆矢)로 4'19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가난했던 나라를 이처럼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만든 1960년대와 70년대, 80년대 근대화와 산업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임진왜란 때는 어느 지방보다 더 치열하게 의병활동을 펼쳤다. 일제강점기 때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학자와 기생 할 것 없이 일어나 항일운동을 펼쳤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항일운동가가 나온 지역이 대구와 경북이었고 가장 많은 독립자금을 댄 지역 역시 대구와 경북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세 거인(巨人) 박정희 전 대통령, 이병철 삼성 창업주,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숱한 인재를 배출한 도시 역시 대구였다. 10여 년 전 지방분권운동을 태동시켜 지방과 수도권이 더불어 사는 길을 제시했던 도시도 대구였다. 한마디로 대구는 대한민국의 보루였으며, 대한민국을 이끈 도시였다.
사람만 뛰어난 도시가 아니다.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 지역, 명산 팔공산과 비슬산이 우뚝하게 솟아 대구를 지키고, 낙동강과 금호강의 맑은 물이 대구를 에워싸거나 가로지르며 흐른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신천에는 수달이 헤엄치고, 물새들이 종일 물고기를 잡는다. 전국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는 크고 오래된 가로수는 대구가 푸른 숲의 도시이자 맑은 물의 도시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팔공산 선본사 갓바위에는 매년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기도객이 찾아온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는 우리 민족의 영산 팔공산에 자리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앞산의 왕건길에서는 '인생에서 절체절명의 패배를 딛고 일어선 고려태조 왕건' 자취를 만끽할 수 있다.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대구 도심의 근대골목은 대도시에서 맛보기 힘든 흥취와 즐거움을 준다. 쓰레기 매립장을 생명의 숲으로 바꾼 대구수목원, 애환과 함께 사람살이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전통시장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여기에 교육, 의료, 섬유, 패션, 오페라'뮤지컬 축제 등은 대구시민들의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자랑거리들이다.
대구에는 수많은 자랑거리가 있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대구정신' 즉, 호국정신, 근대화와 산업화의 기수, 뚝심과 의리, 애국심, 애향심 등을 대표적인 자랑거리로 꼽는다. 오랜 세월, 위기가 닥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지키고 이끌어온 '리딩 코리아(Leading Korea)의 도시'라는 것이다.
'꼴통도시' '고담시티'는 대구를 폄훼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의 이미지다. 이 책은 '더 이상 이런 왜곡된 말이 나오면 따끔하게 지적하고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제1장 대한민국을 이끌다, 제2장 천혜의 자연, 제3장 역사의 도시, 제4장 대구정신, 대구사람, 제5장 창조의 도시 등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글쓴이 이대현은 매일신문 사회1부장, 사회2부장,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매일신문사 비서실장이다. 공동 지은이 정운철 기자는 매일신문 사진부 차장이다.
279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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