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워커 헬기 소음에… 40여 가구 폐·공가 흉물

입력 2014-05-02 10:26:09

대구시 남구 대명5동 87번지 일대

헬기 소음을 참다못해 떠난 사람이 많아지면서 유령도시처럼 변한 대구 남구 대명5동 87번지 일대. 마을엔 폐
헬기 소음을 참다못해 떠난 사람이 많아지면서 유령도시처럼 변한 대구 남구 대명5동 87번지 일대. 마을엔 폐'공가가 40여 곳에 이르고 뼈대만 남아 있는 집들도 많다. 홍준표 기자

잡초가 무성한 골목, 동네 여기저기 나뒹구는 건축자재, 갈라진 벽, 담쟁이넝쿨이 집어삼킨 빈집.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집.

대구 도심의 어느 동네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대구 남구 미군부대 캠프워커 헬기장 담벼락을 걷다 마주한 대명5동 87번지 일대는 시간을 한국전쟁 직후로 되돌려놓은 듯했다. 동네 어귀서 만난 한 주민은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그나마 마을을 지키는 건 다 노인이다"며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빈집이 수두룩해졌다"고 했다.

20년 전만 해도 이 동네엔 200여 가구가 살았다. 그러나 매일 같이 들리는 헬기 소음을 참지 못한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갔고, 1995년에는 중앙대로(영대네거리~명덕네거리) 신설로 도로에 편입된 80가구 주민들이 떠났다.

반으로 쪼개진 동네는 다시 5년 전 재건축 바람이 휩쓸고 가면서 황폐해졌다. 서울의 한 업체가 재건축을 한다며 주민들을 부추겼고, 이 바람에 때아닌 투기 바람이 일었다. 그러나 땅값이 갑작스럽게 오르면서 이 업체는 사업 계획을 접어버렸다. 급기야 지난해 4월에는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 지정까지 해제됐다.

110여 가구의 마을엔 40여 채의 주택이 주인을 잃은 폐'공가로 남게 됐고, 70여 가구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과 헬기 소음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주섭(73) 씨는 "30년 넘게 시끄러운 헬기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성 척추 질환이라는 병을 얻게 됐다"며 "이 마을에서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지만 다른 곳으로 옮길 처지가 안돼 귀를 막고 살고 있다"고 했다.

남구청은 이 동네 주거환경 정비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다 허물어진 폐가이지만 개인 사유재산이라 손 쓸 방법이 마땅찮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장덕수 남구청 건축과장은 "지주의 동의를 얻어 폐'공가를 공원 등으로 활용하려 해도 드문드문 있어 쉽지 않다"며 "일부 지역만 개발하면 난개발 우려가 있어 환경개선의 효과를 얻으려면 이 일대 전체를 묶어서 개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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