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침몰 참사, 한국 사회의 서글픈 현주소

입력 2014-04-19 16:39:21

우리는 한국 사회의 서글픈 현주소 위에 발가벗고 서 있다.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재삼 확인하며 밤새워 가슴을 친다. 475명이나 탑승한 대형 여객선이 조류가 빨라 운항하기 어려운 섬 사이를 빠져나가는데, 경력 1년의 25세 삼등 항해사에게 배를 맡겼다. 위험한 구간이면 당연히 선장이나 경력이 있는 일등 항해사가 조종실을 지켰어야 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있었던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자 선장은 가장 먼저 탈출을 해버렸다. 승객들에게는 '방안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방송을 한 직후였다. 선장의 연락을 받고 조타수와 갑판장'기관장 등 승무원 대부분도 배를 빠져나왔다. 그 많은 승객을 내버려두고 탈출한 선장은 병원에 앉아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다고 한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300여 명의 학생이 탄 배가 하필이면 저리도 정신 나간 선장을 만났던가.

배가 침몰한다는 판단이 서면 우선 비상경보를 울리고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나오도록 안내방송을 하는 것이 '해상안전규정'의 기본이다.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을 도와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 선장은 침몰선과 최후를 같이한다는 각오로 승객 구조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법 규정 이전에 직업윤리이자 평범한 상식이기도 하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선 규정은커녕 윤리도 상식도 없었다.

이것만 제대로 지켰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그것만 소홀히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어디 한두 군데이던가. 배 윗부분을 개조해 무게중심을 훼손하지만 않았더라도, 컨테이너가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만 뒀더라도,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안전 매뉴얼만 작동했더라도, 하물며 학생들에게 안전교육만이라도 실시했더라면… 온전한 부분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비상훈련을 규정대로 하지 않은 것은 다른 선박도 다 마찬가지였다고 치자. 46개의 구명보트 중 띄운 것은 단 1개에 불과했다. 구명조끼도 승객 수보다 턱없이 부족해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배가 올 초 선박 정기검사를 당당히 통과했다. 그 과정 또한 얼마나 부정, 부실 투성이었을까.

배가 이미 침몰하고 난 다음의 사회적인 대응도 그 연장 선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상황파악도 못 해 우왕좌왕하던 안전행정부는 이름값도 못했고, 생존자 구조에 결정적인 해상 크레인이 사용료 부담 논란을 벌이다 사고 발생 12시간 만에야 출발했다.

이 참담한 와중에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가슴을 다시 찢는 허위 메시지와 악성 댓글이 활개치고, 참사를 악용한 신종 스미싱까지 나돌았다. 천벌을 받을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민 낯이다.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상투적인 말로 우리의 치부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기본적인 안전의식의 문제를 넘어선 인간성 상실과 윤리의식 부재의 방증이다. 생때같은 목숨을 차가운 바닷속에 속절없이 버려두고, 수학여행길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을 온 국민의 가슴속에 묻어두고, 우리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고 일상의 도덕성이 작동하는 세상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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