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케이블TV 채널 엠넷(Mnet)의 '댄싱9'이라는 댄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생방송 진출자 18명 중 댄스스포츠 김홍인(20) 씨의 독특한 이력이 예선 때 화제가 됐다. 김 씨는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청력에 이상이 생겨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보청기를 껴야 소리를 겨우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김 씨는 댄스스포츠계의 유망주로 떠올랐으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우리나라 댄스스포츠계 1인자 박지우 선수가 당시 고교 3학년생이었던 김 씨의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 씨는 현재 상명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언론을 통해 자신이 가진 신체적 한계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세상에 당당히 서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언론이 비추고 간 뒤 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해 매일신문을 통해 자신의 성취를 보여준 장애인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찾아가봤다.
◆2013년 4월23일 자 19면 보도 시각장애 이우호 교사
지난해 4월 23일 자 매일신문 19면에는 대구 최초로 2013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경북여고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우호(40) 교사의 이야기가 실렸다. 24세 때 시력을 잃고 재활훈련을 통해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 교사는 4번의 실패 끝에 지난해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이 교사는 "교단에 선 이후로 하루하루가 감동의 연속이고 학생들의 예쁜 마음이 다 보인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있은 뒤부터 한 해가 지나고 나서 만난 이 교사는 지금도 아이들이 사랑스럽다고 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말에 벌써 예쁜 모습이 다 느껴진다"며 "심지어 졸고 떠드는 모습조차도 사랑스럽더라"고 말했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물어봤다. 이 교사는 수업 때마다 노트북컴퓨터를 들고 온다. 컴퓨터 안에는 교과서를 통째로 옮겨놓은 텍스트 파일이 있었고 이 교사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텍스트 파일을 음성으로 변환해 이를 들으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칠판에 필기내용을 적을 때 학생들은 도우미가 된다. 만약 문장을 적고 단어 밑에 밑줄을 그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학생들이 알아서 "선생님, 조금 더 밑에요"라며 밑줄을 그어야 할 위치를 말로 짚어준다. 그리고 단어 끝 부분이 오면 학생들이 "스톱"을 외친다고 한다.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이 교사가 칠판을 꽉 채워 필기하면 조용히 나가 이미 학생들이 받아적은 부분을 지워준다. 이런 부분은 이 교사와 학생 사이에 호흡이 맞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교사는 "아직은 학생들과 호흡이 잘 맞고 업무보조 선생님도 많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수업 진행에 어려운 부분이 없다"고 했다.
이 교사가 부임하면서 학교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이 교사를 위해 경북여고는 각 건물 복도마다 점자 보도블록을 설치했고 각 교실 앞쪽 문에다 점자로 된 표지판을 달았다. 이 교사는 "학교와 교육청이 저 한 사람을 위해 많은 신경을 써 주셔서 늘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특히 고마움과 미안함을 많이 표현했다. 이 교사는 "시험 감독처럼 내가 해야 하지만 내가 가진 조건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선생님들이 대신 해주실 때마다 고마우면서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요즘은 어떻게 하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사의 목표는 '비록 장애가 있더라도 학생들에게 존경받고 동료에게 사랑받는 능력 있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모두 착해서 저를 많이 도와줍니다. 업무보조 선생님도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계시고요. 힘들 때도 잦지만 밖에서 학생들이 재잘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귀뿐만 아니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정말 이 일이 천직 같아요."
◆2013년 8월28일자 24면 보도-청각장애 박한준 군
지난해 8월 28일 자 매일신문 24면에는 청각장애를 지닌 박한준(13) 군이 지난해 8월 10일 대구가톨릭대에서 열린 제39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하늘나라 동화'를 불러 성악 부문 3위에 입상했다. 청각장애 1급의 학생이 이 대회에서 입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4세 때 계단에서 떨어져 청력을 잃는 사고를 당한 한준 군은 5세 때 한쪽 귀에만 와우 수술(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받고 난 후 희미하게나마 들을 수 있는 상태다.
한준 군은 지금 중학생이 됐다. 중학생이 됐지만 귀 때문에 한준 군이 겪는 불편은 그리 크지 않다. 학교 수업 때 선생님들이 대부분 마이크를 쓰기 때문에 수업을 못 알아듣는 일은 잘 없다. 친구들과의 사이도 좋다. 한준 군의 청각 장애 사실을 아는 친구들이 대부분 한준 군과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다만, 운동장처럼 트인 공간에서 친구들이 부르면 못 알아듣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2주 뒤면 중간고사를 치는 데 중학교에서 처음 치는 시험이라 조금 긴장된다"고 말하는 한준 군의 모습은 여느 중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한준 군은 노래를 잠시 그만둔 상태다. 변성기가 왔기 때문이다. 대신 악기를 배우고 작사 공부를 하는 쪽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변성기가 지나면 노래도 더 배우려 하고 있다. 한준 군은 "지금은 변성기 때문에 노래를 못하고 있지만 아마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자유롭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준 군이 좋아하는 가수는 아이유와 악동뮤지션. 특히 지난해 SBS 'K팝 스타 시즌2'에 출전한 악동뮤지션이 음악하는 모습에 반해 생방송 때마다 휴대전화로 이들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한준 군은 "음악을 한다면 악동뮤지션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을 물어보자 한준 군은 "음악도 계속 하고 싶고, 수의사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은실 씨는 "한준이와 이야기해보면 해보고 싶은 꿈도 많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고 무엇보다 창의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며 "적어도 한준이가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한준이가 잘 되도록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한준이와 함께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한준이에게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사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한준이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에게 "꿈을 놓치지 말자"고 말했다.
"장애란 편견을 갖고 못한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장애가 있더라도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편견 같은 거 갖지 말고 꿈을 이루면서 사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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