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애원이 분노로 바껴…

입력 2014-04-18 11:00:03

수색 난항 소식에 울음바다

날이 밝으면서 수색작업이 시작됐지만 추가 사망자가 소식만 알려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학부모 대책본부가 마련된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선 새로운 구조소식이 없자 흥분한 학부모들의 고성이 오갔다. 오히려 사망자가 늘어나자 학부모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텔레비전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오열하다 결국 실신하기까지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동생이 (빌린) 배로 사고 현장 근처까지 갔지만, 군과 해경 등 구조단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학생들의 생명을 살리라고 지시했는데 수백 명이 현장에 투입됐다던 발표는 모두 거짓이냐"고 항의했다.

이튿날 오전 0시 30분쯤 정홍원 국무총리가 체육관에 들어서자 수십 명의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화가 난 실종자 가족들이 물세례를 쏟아붓자 정 총리는 체육관을 빠져나가기에 바빴다. 정 총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뜬눈으로 밤을 지샜으며,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구조요청은 분노에서 애원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한모(18'여) 학생의 어머니는 "비까지 내리니 수색이 어려워질까 걱정이 된다. 수학여행 때 비가 온다고 했는데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울먹였다.

날이 밝아도 구조되는 학생들이 없자 한 학부모는 대책본부 관계자들을 향해 "네 자식들이어도 이렇게 가만히 있겠느냐"며 TV 등을 부수다가 군인들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오전 7시쯤 체육관에 있던 학부모 200여 명이 팽목항으로 이동, 사고현장으로 가는 배편에 몸을 실었다. 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를 반복했다. 하지만 계속 사망자가 추가되면서 학부모들의 희망이 산산이 부서졌다.

게다가 17일 낮 12시 30분에 예정돼 있던 선박 공기주입 작업이 오후 5시로 연기되자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이모(18'여) 학생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차디찬 물속에서 수십 시간을 버티고 있는데 자꾸 수색이 연기되니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오후 2시쯤 사고해역을 둘러본 실종자 가족들은 축 쳐진 상태로 팽목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으며, 대부분의 가족은 체육관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망망대해만 바라보면서 자식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사고 후 사흘째, 추가 구조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윤수경 기자 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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