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선실 안전 하다더니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

입력 2014-04-18 10:58:09

전남 진도에서 침몰한 여객선의 승무원들이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탈출 준비를 지시받은 후에도 "선실이 더 안전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정작 선장 등은 '나홀로 탈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제주 VTS와 세월호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55분 제주 VTS에 최초로 사고상황을 알렸다. 세월호는 첫 교신 직후 다시 제주 VTS에 "선체가 좌현으로 많이 기울었고, 이동할 수 없다"며 위급상황을 알렸고, 5분 뒤 제주 VTS는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하시고 퇴선할지 모르니 준비해 주세요"라고 알렸다.

이준석(69) 선장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릴 것을 주문하는 1차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이 선장은 승무원들이 구명정 고정 레버를 당겨 구명정을 투하하려는 시도도 실패하자 1등 항해사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으며, 첫 구조선을 타고 선체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일부 승무원들은 계속해서 "이동하지 말고 안전한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수차례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내방송만 믿고 있던 승객들은 결국 탈출할 기회를 놓쳐 배에 갖혀 버리고 말았다.

해경특별수사본부는 17일 오전 11시쯤 이 씨를 소환, 오후 10시까지 승객 대피 과정 등에서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또 항해사 등 주요 승무원 10여 명도 전날 불러 사고 당시 상황과 승객 대피과정에서 적법 규정 등을 지켰는지 조사했다.

수사본부는 특히 이 씨가 승객들이 대피하기 전에 배를 빠져나와 탈출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선원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원법에는 선장은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배에 남아야 하며, 위급 상황에서는 필요한 조치를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또 당시 가장 위험한 수로에서 선장 이 씨가 아닌 항해사가 조타키를 잡고 운항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 씨를 비롯해 승무원을 대상으로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침몰한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하 선사)이 참사에 대한 책임회피 태도로 비난을 사고 있다. 김한식(72) 선사 대표는 아직까지 사고 현장에는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선사 측은 17일 오후 4시쯤 브리핑을 갖고 "사고가 발생하자 김 대표가 쇼크를 받아 쓰려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후 "유가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는 항의에 선사 측은 "분당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데 곧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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