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아시아의 글로벌 성장전략

입력 2014-04-16 07:31:40

글로벌 위기의 초기대응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각국의 정책선택에 따라 상당한 차별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고용상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실업률이 6%대로 내려온 이상 돈 풀기 정책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리상승 가능성은 정책의도와는 달리 언제든 현저히 높아질 수 있으며 이 같은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비했는가의 여부가 향후 전망의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상당한 재원과 정책지원을 통해 꾸준히 성장클러스터를 구축해 왔으나 준비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부터는 사회적 갈등요인이 부각된 상황에서 본격경쟁에 노출되지 않았던 지방경제와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수출 대기업위주 성장전략을 다변화하는 과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동안 늘어난 채무부담을 고려할 때 단순히 취약 부문에 대한 추가 유동성 공급확대나 재정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개발 초기에는 국가적 역량을 한 분야에 집중해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선택과 집중의 방식이 주효했지만 이제부터는 다변화된 성장기반을 위한 재균형(rebalancing) 노력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장기반 다변화를 위한 재균형 노력의 핵심은 역내협력이다.

그런데 시대의 화두인 재균형 즉 수출에서 내수로의 전환 그리고 대기업 위주에서 다변화된 성장기반으로의 변화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의 어려운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개별적 부문별 특화전략을 아우를 수 있는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성장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전문화로 성장을 이끌어온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성공한 선도그룹일수록 이러한 변화는 쉽지 않다. 주변을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키워야 새로운 위험요인과 더불어 기회가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차원의 변화가 강조되고 있는 배경이다.

둘째, 기존 성장 패러다임에서 주효했던 규제의 틀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과거 시장실패를 극복하고 공정경쟁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었던 다양한 규제나 제도가 이제는 오히려 융합을 가로막아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체 체계의 변화는 편협한 기득권 우선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미래지향적 변화에 대한 유인은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확보되기 어렵다. 제대로 된 변화를 위해서는 구습을 버릴 수 있는 유인과 환경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시대적으로 절실한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더욱 넓은 시각의 국가 간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진시장만 바라보고 무한경쟁에 익숙했던 아시아 주역들 간의 협력을 쉽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주변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뻗어나가기는 어렵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폭넓은 관점에서의 준비가 가장 필요한 아시아지역에서 여전히 과거의 분쟁이슈만 되풀이되고 있다. 역사적 이슈에 사로잡혀 현재와 미래에도 아시아가 제대로 대접 못 받는 상황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가? 사실 세계화에 필요한 자체적 시장기반 구축을 하지 못한 채 불균형 압축성장의 패러다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 바로 아시아다. 그 결과 정작 결정적으로 중요한 금융분야는 실물 부문에 비해 크게 낙후되었으며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면서 사회갈등요인도 심화하고 있다. 일찌감치 대외진출전략을 수용한 일부 대기업들만 생존기반을 구축했을 뿐 국내금융에 의존한 다수의 기업은 정부지원 없이는 치고 나갈 탄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아시아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다수의 창의적 성장동력이 과거의 역사관에 갇혀서 사장되는 안타까운 현실은 역내 차원의 목소리를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깨어 있고 경쟁력 있는 다수가 역사적 대립관계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 못 하는 나쁜 전통은 최우선적으로 불식해야 한다. 공도동망의 편협한 대립구도를 극복하고 협력의 혜택과 기회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주변여건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공동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 이제라도 아시아의 성장전략은 더욱 큰 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최공필/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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