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오리발

입력 2014-04-15 11:04:50

이웃집 닭을 탐내던 못된 이웃이 있었다. 닭 주인이 외출한 틈을 타 슬며시 평소 탐내던 이웃집 닭을 잡아먹었다. 닭 주인이 돌아오자 또 다른 이웃이 '그 집에서 잡아먹는 것 같더라'고 일러줬다. 닭 주인이 못된 이웃에게 가서 따졌다. "왜 남의 닭을 잡아먹었냐." 하지만 못된 이웃이 내민 것은 닭발이 아닌 오리발이었다. 닭 주인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말 속담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를 풀어보면 이런 이야기다. 닭과 오리발은 크기와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오리발에는 물갈퀴가 있지만 닭발에는 물갈퀴가 없다. 누가 봐도 닭발과 오리발을 구분 짓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남의 닭을 잡아먹고서는 오리발을 내밀며 내가 잡아먹은 것은 오리라고 내숭을 떨고 있으니 닭 주인으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남의 닭을 잡아먹은 것은 분명히 옳지 못한 일이다. 그런데 사과는커녕 오리발을 내밀며 엉뚱한 수작까지 벌인다.

북한이 14일 무인기 사건에 대해 또 오리발을 들고 나왔다. 남한이 "(북한이 저질렀다는) 결정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날조할 흉심을 드러냈다"고 잡아뗐다.

북한은 무인기 사건 후 9일이 지나도록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국회의원이 11일 국회에서 '북한에서 날아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인터넷 팟캐스터 김어준 씨가 '북한 무인기로 단정하기 어렵다. 북한 무인기가 날기는 날았을까'라는 취지로 발언(9일 녹화)해 날개를 달아 줬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에선 무인기 괴담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때의 판박이다. 당시에도 야당이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고, 이런 의혹이 인터넷에서 확대 재생산되며, 이를 북한이 최종적으로 악용하는 식이었다.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1번 국도상 북→남→북 방향으로 이동하며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추락했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소청도→대청도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촬영했다. 국방부가 내놓은 북한발이라는 정황 증거는 닭발과 오리발을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 정체를 의심하는 것은 닭발과 오리발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구분 짓기 싫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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