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의 시간 기대된다"…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새 지휘자

입력 2014-04-09 07:33:09

"아늑하고 편안한 대구의 도시 분위기가 정감이 가고, 사람들도 아주 매력적이에요. 대구시향의 음악적 수준 또한 높습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넘칩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새 수장이 된 줄리안 코바체프(59). 그는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일주일째 대구시향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아직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고작 2, 3시간 잠을 자고 연습을 해야 하는 피곤한 일정이지만, 그는 늘 웃는 얼굴로 단원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중이다.

그는 전임 곽승 지휘자와는 180도 다른 스타일의 지휘자다. '곽마에'라고 불리기도 했던 곽승 지휘자가 엄격하고 까다로운 연주를 요구하기로 정평 높았다면, 코바체프는 일단 단원들의 마음을 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원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민주적이고 평등한 관계입니다.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해야 하며, 단원 한 명 한 명의 의견과 음악성을 존중해 그들이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나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연주를 자랑스러워하며 음악 세계를 창조해 나가야 합니다."

코바체프는 대구시향 단원들과의 첫 만남에서 경직된 분위기에 어색함을 느꼈지만 만남 횟수를 더해가면서 이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교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일 첫 연주회가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대구시향만의 소리와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대구시향에 충실하고 싶다"며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지만 이를 다시 도전의 기회,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해 보이겠다"고 했다. 이미 그는 대구시향을 위해 계획돼 있던 해외 연주 스케줄 몇 개를 취소했다며 "대구시향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심포니 지휘자로도 유명하지만 오페라 지휘자로도 많은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오페라와 심포니,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두는가?"라는 조금은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을 던졌더니, "심포니가 내 본연의 일"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가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을 시작했고, 오케스트라를 통해 성장해 왔기 때문에 지휘자로서 심포니가 좀 더 특별하고 중요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코바체프는 국립오페라단과 KBS 교향악단 연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현재 이탈리아 루카(푸치니의 고향)에 거주하며, 베로나에서 많은 연주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인이 이탈리아인과 비슷한 것 같지만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하며 진지한 점이 정말 인상깊다"며 "특히 이런 면에는 서울보다 대구가 더 정감 있다고 생각하며, 따뜻한 기운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대해서는 이탈리아에 명성이 자자하기 때문에 익히 잘 알고 있고, 그 외에도 음악을 사랑하는 도시라고 들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코바체프는 매운 음식도 거리낌 없이 즐긴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매운 음식을 먹고싶다"고 졸랐을 정도.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한식을 즐겨 먹고 있으며 특히 김치와 같은 매콤한 음식들을 좋아한다. 대구에 맵지만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대구에 머무는 동안 많이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혼이다. 연주활동에 몰두하다 보니 인연을 만날 시간이 없었냐는 질문에 활짝 웃으며 "아직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바로 내일, 길을 가다 운명의 상대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냐"고 말하는 그는 "그 상대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지만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 믿고 기다리고 있다"는 로맨티시스트였다.

아직 대구를 돌아보지 못했다는 그는 "연주자로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관광명소와 좋은 풍경은 충분히 봐 왔기 때문에, 대구에서는 전통시장 등에서 진짜 삶을 보고 싶다. 대구에서의 시간이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