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전통적으로 '섬유의 도시'라 불리지만 '패션'은 약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대구 북구 산격동의 ㈜동양씨저스(대표 박영수)는 자체 남성브랜드 '씨저스'(CAESARS)를 통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기업이다. 회사는 젊은 층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를 추가해 남성토털패션 업체로 성장 중이다.
◆와이셔츠가 남성복으로
동양씨저스는 한때 국내 와이셔츠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동양어패럴에서 빠져나온 회사다. 박영수 대표는 "아버님께서 동양어패럴을 설립하셨고 그곳에서 10여 년 동안 영업을 담당하다 1995년 동양씨저스를 설립해 독립했다"고 말했다.
동양어패럴의 많은 와이셔츠 브랜드 중 '씨저스'가 마음에 들었던 박 대표는 남성 토털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동양어패럴로부터 '씨저스' 브랜드를 개업했다.
그는 "오랜 영업에서 나온 감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씨저스'가 전국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동양어패럴이 많은 자체 브랜드때문에 씨저스를 방치하는 것이 안타까워 내가 한 번 도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 대표는 무턱대고 남성복 회사를 차렸지만 '영업' 외에는 몰랐다. 그가 선택한 것은 '서울행'이었다. 서울의 동대문을 자주 오가며 디자인 안목을 키웠다. 마침내 박 대표가 결정한 씨저스의 콘셉트는 40, 50대를 겨냥한 사무복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젊은 이미지를 연출하기 원하는 중년층에 맞춰 품질은 좋고 가격은 합리적인 남성복을 택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후 대구 본사는 영업과 관리 분야를 담당하고 디자인은 철저히 서울에서 완성하는 전략을 취했다. 박 대표는 "서울의 빠른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디자이너를 고용하더라도 서울에서 근무토록 해 앞선 디자인을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하는데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중소업체가 남성복을 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영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렛과 마트 등에서 유통을 시작한 씨저스는 입소문을 타면서 여러 사람이 찾는 브랜드가 됐다.
◆자체 품평회로 디자인 강화
동양씨저스의 '씨저스'는 로마의 영웅 '씨저'에서 따온 이름이다. 로고 역시 로마 투구를 차용했다. 유통 전략까지 세운 동양씨저스는 매년 새로운 제품과 소재를 추가하며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폴리에서 면과 린넨, 나일론 등 소재의 변화를 주면서 가볍고 은은한 광택과 정제미, 클래식한 느낌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기능면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핵심 품목인 사파리와 점퍼 등은 탈부착이 가능해 초봄부터 4월까지도 입을 수 있게 범용성을 주었다. 내부 사양은 차별화하고 품질은 높이면서 가격대는 평균 1만원 정도 낮춰 매장단위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변화는 회사 자체적으로 여는 품평회 덕분이다. 8명의 디자이너와 회사 관계자, 박 대표 등이 참여해 품평회를 준비하고 바이어를 초청한다.
박 대표는 "회사 브랜드와 씨저스만의 고유한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며 "자체품평회에서 3, 4만 개에 달하는 제품을 모두 검토해 시즌에 앞서 디자인을 선보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멋진 품평회를 열어야 초청받은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고 구매로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품평회를 거치면서 소재에 기능성을 추가해보고 착용감의 개선, 선의 변화 등을 시도해왔다"며 "판매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신규 브랜드로 성장 겨냥
'씨저스'의 인지도를 충분히 키운 동양씨저스는 2012년 고객층의 다변화를 위해 새 브랜드를 출시했다. 앞서 씨저스를 젊은 감각으로 개선한 데 이어 두 번째 라인 '케인 바이 씨저스'(Kein by CAESARS)를 선보였다.
'케인'은 면 재킷과 워싱 점퍼를 비롯해 트렌치코트, 스웨터, 셔츠와 티셔츠, 노턱 팬츠 등을 주력으로 한다. 무엇보다 품질과 디자인을 차별화해 씨저스 중심 가격대보다 10% 높여 판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남성 캐주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젊고 가벼운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케인은 이러한 변화를 겨냥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구매력이 왕성한 35~45세의 남성을 메인 타깃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상품 공급을 목표로 한다.
씨저스의 유통이 아울렛과 마트에 집중돼 있다면 케인은 아울렛과 백화점으로 차별화, 고객층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동양씨저스는 올해 2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국의 주요 백화점에 케인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는 효과와 매출 증가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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