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게] 새의 난산

입력 2014-04-03 13:45:43

하늘을 나는 새도 알을 낳을 때 힘든 경우가 있다. 앵무새가 알을 잘 낳지 못해 내원했다. 3년 된 앵무새였는데 보호자는 음식을 잘 먹지 않아 이유식을 만들어 떠먹이고 있다고 했다. 앵무새는 항문 주위와 꼬리 깃 쪽 털이 젖어 있고 지저분하고 활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평상시에는 먹이도 잘 먹고 활력도 넘쳐 사람이 잡고 있으면 부리로 손등을 쪼는 등 건강했는데 얼마 전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먼저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사선 촬영을 했다. 조류는 성격이 급해 가슴을 5분 이상 잡고 있으면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류는 흉곽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가슴압박을 하지 않아야 원활한 호흡을 할 수 있다. 진찰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가슴을 과도하게 움켜잡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랜 진찰할 때도 새를 잡고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방사선 확인 결과 자궁에 알이 꽉 막혀 있었다. 알을 제거하기로 하고 수술에 들어갔다. 조류는 호흡마취를 하는 것이 기본적이다. 호흡 마취를 한 후 조심스럽게 알을 빼냈다. 알을 빼내자 새는 몸이 가벼워졌는지 새장을 날아다녔다. 보호자 역시 건강한 앵무새를 보고 기뻐했다.

집에서 키우는 새는 대부분 봄에서 초여름까지 알을 낳는다. 조류는 해부학적으로 총배설강으로 되어 있어 대소변을 동시에 본다. 산란기가 되면 이곳을 통해 알을 낳는다.

새의 난산 원인은 다양하다. 보통 알을 잘 낳지 못하거나 질 낮은 알 생산, 그리고 알 과다생산 등으로 탈진해 일어난다. 알을 잘 낳지 못하는 원인은 칼슘부족과 알과다 생산으로 탈진된 경우가 많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운동부족과 보호자가 주는 곡물 사료를 먹다가 보니 칼슘 부족현상으로 종종 난산한다. 난각이 형성 안 돼 정상적으로 알을 낳을 수 없어 난산하는 경우도 있다. 난각이 칼슘으로 구성돼 딱딱해야 하지만 난각이 없는 경우 자궁에서 총배설강으로 진입한 후 주름이 많은 배설강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진돼 횟대에 오르지 못하고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다. 원인은 부족한 칼슘섭취와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칼슘 공급과 비타민-D를 포함한 영양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조류도 난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가 날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항문이 지저분한 경우에는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아 알 막힘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최동학(동인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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