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기상이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나라의 정부가 모종의 기후 조절물질을 살포했는데, 그 부작용으로 지구에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마지막 생존 공간인 열차를 만들어 지구를 1년에 한 바퀴씩 돌게 된다는 가설이다.
10년 전 미국 영화 '투모로우'도 기상이변을 소재로 하고 있다. 탄소배출의 급격한 증가로 남'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지구 전체에 얼음이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닥친다는 내용이다.
최근 북미지역에 몰아친 매서운 한파로 나이아가라 폭포마저 결빙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영화 속의 가상재난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과민성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겨울 영국과 미국 동'서부를 강타한 대홍수와 폭설 그리고 극심한 가뭄도 예사롭지가 않다.
기상이변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헤아릴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지구온난화야말로 국가 안보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의 요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봄 들어 한반도의 생태계가 어수선하다. 철 이른 꽃들이 눈치 없이 만발하고, 철모르는 철새는 계절감각을 잊었다. 진달래와 벚꽃 그리고 여름철새는 속도위반을 일삼는데, 떠나야 할 겨울철새는 아직도 둥지에 남아 있다. 오고 가고, 피고 지는 것이 시절과 순리에 어긋나니 인간사도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겨우내 따뜻해서 봄이 빨리 온데다 '도시 열섬현상'까지 겹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겨울철에 모기가 활동을 하고, 밤낮을 가리지 못하고 울어대는 매미도 도시화와 문명의 이기가 부른 생태계 교란 현상이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를 내리고 계절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일 뿐, 목적을 가진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지구를 너무 간섭한 것인가.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다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바깥 환경에 순응하는 꽃과 새가 무슨 죄가 있을까(花鳥無罪), 과한 욕심으로 생태계를 흩트려놓은 사람의 잘못(人間有罪)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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