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농촌, 희망 김천] <1> '김천의 봄' 알리는 자두꽃 축제

입력 2014-04-02 07:35:03

주민들 힘으로 펼치는…보기드문 전국 과일꽃 잔치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김천 이화만리 자두꽃 축제'가 이달 11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열린다. 축제에는 지역민 1천여 명을 포함해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열린 3회 자두꽃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경운기를 타고 활짝 핀 자두꽃길을 지나고 있다. 김천시 제공

김천시가 풍요로운 농촌 만들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우수한 과수 농가와 친환경농업, 원예작물로 '돈 되는' 농업 기반을 키우고 FTA의 파고를 넘겠다는 것이다. 김천은 체계적인 농촌 지도와 친환경농업, 원예작물 신기술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수입 개방의 파도를 넘어 부자 농촌의 꿈을 키워갈 계획이다. 10회에 걸쳐 부자 농촌을 꿈꾸는 김천의 희망을 짚어본다.

'이화만리(李花萬里)', 자두꽃 내음이 만리까지 퍼져 나간다는 봄.

김천 자두꽃 축제가 열리는 농소면 샙띠마을은 4월이 되면 마을 주변 산기슭 자두밭에 하얀 눈처럼 자두꽃이 날린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 속에 이 마을은 요즘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최고의 명성과 생산량을 자랑하는 김천자두를 앞세운 전국 유일의 과일 봄꽃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김천자두꽃축제는 이화만리권역 마을주민이 기획하고 추진하는 마을축제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이용해 도'농교류를 활성화하고 농촌의 문화자원을 도시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김천 이화만리 자두꽃 축제'는 이달 11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축제에는 지역민 1천여 명을 포함해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해 군항제나 태안 튤립축제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꽃 축제에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몰리는 것에 비하면 적은 관람객이다. 하지만 관상용 꽃이 아닌 과실꽃 축제에 전국에서 수천 명이 찾아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축제를 위해 마련된 돈은 고작 2천200만원. 소박하기 그지없는 마을축제지만 자두꽃 축제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마음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부족한 예산, 되레 주민 단결

2011년 열린 첫 자두꽃 축제는 김천시가 주도했다. 김천시는 5천만원을 민간에 지원, 1회 자두꽃 축제를 열었다.

주민들은 첫 축제에서 공무원들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기억했다. 풍족한 돈에 맞춰 공무원들이 기획을 했고, 주민들은 관객과 주인의 중간쯤에 위치한 채 어정쩡한 상태로 축제를 마쳤다.

자두꽃 축제가 주민 주도형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2년 2회째를 맞으면서부터다.

첫 자두꽃 축제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2회 자두꽃 축제를 위한 예산이 김천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첫 축제 이후 더 나은 축제를 만들겠다며 많은 준비를 해오던 주민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예산 지원 없이 축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주민들은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으로 추진되던 '이화만리권역' 사업 예산 일부를 축제에 사용하기로 했다.

사용 가능한 예산액은 불과 2천만원. 첫 축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은 오히려 주민들이 단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봉곡 1, 2리를 비롯해 연명·노곡·용암 1, 2리 등 1천300여 명의 주민들은 마을부녀회와 청년회, 농업인단체로 똘똘 뭉쳐 홍보, 체험, 숙박, 주차, 식당, 화장실 등 담당을 정하고 축제를 준비했다.

외부 관람객을 유치하는 것이 축제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 주민들은 교육지원청을 통해 홍보전단과 행사공문을 보내고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홍보도 진행했다. 특히 코레일과 함께 마을과 가까운 KTX김천(구미)역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기획했다.

적은 비용으로 준비한 지역축제에 관람객이 찾아올까 우려도 많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천과 인접한 구미시와 칠곡군 등에서 온 관람객뿐만 아니라, 울산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람객들로 행사장은 만원을 이뤘다.

◆2016년에도 자력 성공 축제 확신

2012년, 주민들이 직접 발로 뛰며 만든 2회 축제의 성공은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줬다. 주민들은 내친김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어촌축제사업 공모에 참여했다.

주민들의 열정은 중앙정부에도 통했다. 2013년 농식품부 농촌축제로 지정받았다. 전국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축제 존속 여부의 핵심이 됐던 예산 문제도 2천200만원을 지원받기로 해 숨통이 트였다. 기세가 오른 주민들은 3회 축제에서도 산기슭 자두밭에 활짝 핀 자두꽃 사이를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가득 채우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올해 4회 축제도 3회에 이어 2년 연속 농식품부 농촌축제로 지정받았다. 주민들은 내년 5회 축제도 농식품부 지정축제로 선정될 것으로 자신한다.

주민들의 걱정은 2016년 농식품부의 예산 지원이 끝난 후다. 3년간 농식품부 지정축제로 예산을 지원받고 나면 더 이상 예산 지원이 불가능해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자치단체의 예산 지원 없이 성공하는 축제가 되려면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자두꽃 축제의 산증인으로 이화만리권역 사무장을 맡고 있는 최용원(53) 씨는 "부족한 예산으로 축제를 준비해온 주민들은 함께해야 한다는 주민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다. 농식품부 예산 지원이 끝나는 2016년에도 자력으로 성공하는 축제가 될 것이란 믿음으로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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