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기 소르망 지음/안선희 옮김/문학세계사 펴냄.
문명비평가이자 문화충돌 진단 전문가인 프랑스 출신 기 소르망 교수가 '나눔과 기부'에 관한 책을 썼다. 2012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취재한 기록으로 미국 기부문화의 기원과 현주소, 실상과 허상을 분석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부족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몸에 배도록 교육을 받고 실천한다. 기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이자 책임인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이나 록펠러, 포드 등 미국 사회의 기초를 다진 인물들에서부터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빌 게이츠까지 성공한 미국인들이라면 거의 모두 거액의 기부재단을 설립했다.
후원금이나 자산 기부 등 금품기부뿐만 아니라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성인의 90%가 기부활동에 참여한다고 응답했는데, 그중 70%가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기부하는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연간 수십억달러를 기부하는 슈퍼리치들이 있는가 하면 매달 자신의 유무급 휴가를 이용해 자원봉사를 하거나 소액의 기부금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들도 있다.
미국인들이 기부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미국의 슈퍼리치들이 기부에 적극적인 이유가 조세감면 혜택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본 이득으로 축적한 재산은 근로소득 세율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기 소르망 교수는 슈퍼리치들의 적극적인 기부는 미국의 정신문화적 전통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자수성가형 인물들이 대부분인 미국의 갑부들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행운이 따라준 것에 감사하며 성공한 후에는 자신이 누렸던 그 행운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기부 활동의 목적이 순수하지는 않다. 정치인이나 기업인, 유명인들 중에는 기부를 통해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거나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기도 한다.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 돈을 벌었다는 비난을 받았던 빌 게이츠와 대통령 재직 당시 성추문으로 이미지가 실추되었던 빌 클린턴은 기부 행위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기부자들의 과시욕이나 기업인, 정치인의 전략적 기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게다가 기부자들이 재산과 시간을 베풂으로써 사회적, 인간적, 정신적 혜택을 얻는 것 역시 기부의 미덕이다. 기부자든, 자원봉사자든, 기부단체 운영자든, 베푸는 사람들은 자신의 시민정신과 영혼의 고취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자가 미술관을 짓고, 장학금을 쾌척하고, 병원을 설립하는 이유가 개인의 영예를 위해서든, 천국에 가기 위해서든, 도덕적 의무감에서든, 수혜자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기부 행위에는 순수한 의도와 조금 덜 순수한 이유들이 혼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기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92%)은 그렇지 않은 사람(76%)보다 자신의 건강과 삶에 더욱 만족한다는 것이다. 작게나마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와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 역시 예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전통과, 지역과 국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문화가 살아 있는 국가다. 기부는 우파와 좌파, 진보와 보수를 넘어 새로운 섹터에 존재하는 삶의 또 다른 가치이자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330쪽, 1만3천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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