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복숭아꽃 타령

입력 2014-03-25 10:53:58

대개 1, 2년 임기의 공모직 선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보면 응모자의 스펙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거기에다 면접에서도 능숙한 언변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청사진을 펼쳐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많은 심사를 하면서도 섭섭했던 것은 단 한 번을 제외하면 전임자가 벌인 일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답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언젠가 한 응모자가 "어떤 일을 새로 하기에는 임기가 너무 짧다"며 "이미 진행 중인 여러 사업을 충실하게 마무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물론, 여러 가지 자신만의 안을 제시한 뒤의 이야기였다. 면접이 끝나고서,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인 답변이었다"고 했지만, 그는 선발 배수에 뽑히지 못했다.

대구의 미래에 대한 온갖 말의 성찬(盛饌)이 넘치는 선거철이다. 가치판단 없이 출마 후보자의 공약만 들어보면, 누구를 대구시장으로 뽑아도 대구가 전국 최고의 도시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거 때마다 속은 터라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야 없겠지만, 이렇게 말 잔치를 벌이는 후보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 창의성과 비전이 모자란다고 비판받고, 유권자에게 '폭풍 감동'도 줄 수 없으니 뜬구름에 가까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선거 풍토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서진(西晉) 때 하양 태수를 지낸 반악(潘岳)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자가 많기 마련이어서 하양에도 세금을 내지 못하는 자가 많았다. 반악은 그들에게 복숭아나무를 심는 것으로 세금을 대신하도록 했다. 그래서 그가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하양은 복숭아나무로 뒤덮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하양에 두루 복숭아꽃이 뒤덮었으니, 이는 반악이 현관이었을 때 심은 것이로다'(河陽遍種桃花 乃潘岳之爲縣官)라며 칭송했고, 하양을 화현(花縣)이라고 불렀다 한다.

'전설 따라 삼천리'에나 나올 법한 꿈같은 이야기이고, 오늘날과도 전혀 맞지 않다. 반악의 뒷이야기는 전하지 않지만, 어쩌면 세금을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직돼 다시는 관직에 등용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복숭아꽃 타령을 하는 것은 누가 되든 정치하는 시장이 아니라 진심으로 시민을 위하는 행정을 펼치는 사람이 대구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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