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박미정·김하은 모녀, 몸 불편한 딸 학업 도우려 기숙사 입소

입력 2014-03-25 07:50:39

대구대 기숙사(비호생활관)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하은 양 가족(왼쪽부터 하은 양, 아버지 김태관 씨, 어머니 박미정 씨)
대구대 기숙사(비호생활관)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하은 양 가족(왼쪽부터 하은 양, 아버지 김태관 씨, 어머니 박미정 씨)

대구대학교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엄마와 딸'의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대구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김하은(19) 양의 기숙사 룸메이트는 어머니 박미정(48) 씨이다. 지체장애 1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딸을 옆에서 돌보려고 기숙사 생활을 선택했다. 박 씨는 "하은이는 4살 때 집이 산사태로 묻히는 사고로 다리와 팔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지체장애를 앓고 있지만 집이 울릉도라 통학이 불가능하다"며 "학생들의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는데 학교 측의 배려로 딸과 함께 기숙사에 살게 됐다"고 했다.

대학 진학 전까지 하은 양의 등'하교는 아버지 김태관(48) 씨의 몫이었다. 울릉도 내 한 중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씨는 매일 아침 딸과 함께 출근해 딸을 업고 교실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김 씨는 "울릉도엔 눈이 많이 내리는데, 눈이 내리는 날이면 가파른 학교 입구 길에 차가 올라갈 수 없어 입구부터 딸을 업고 올라간 적도 많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김 씨 부부는 딸의 대학 진학에 고민을 거듭했다. 울릉도에는 대학이 없어 육지로 나와 학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딸이 겪어야 할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씨 부부는 주변에 많은 조언을 구한 끝에 대구대 진학을 결정했다. 대구대는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에 대한 3년 주기 공공 평가에서 4회 연속 최우수 대학에 선정된 바 있다.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를 설치해 기숙사에서 강의실까지 휠체어를 이용해 비교적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대구대 캠퍼스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하은 양의 꿈은 '사회복지 상담사'가 되는 것이다. 필기를 할 때면 연필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얼굴과 팔 힘으로 힘겹게 글씨를 써 나가지만 한자 한자 써 나갈 때마다 그 꿈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무슨 얘기든 잘 들어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하은 양은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같이 공감하고 상담해 주는 일을 좋아한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미정 씨는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고 하는데 기숙사에서 함께 사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딸이 무사히 졸업장을 받는 그날까지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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