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납입액의 40% 파격 공제 '소장펀드'

입력 2014-03-22 07:09:39

출시 한달만에 3만개 계좌 개설…얼어붙은 증권시장 모처럼 활기

주식투자에 번번이 실패를 맛본 후 몇 년 전 주식시장을 떠났던 직장인 이정훈(44) 씨는 최근 조용히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직접 투자로 많은 손실을 봐왔던 터라 주식시장에 '다시는 발을 담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17일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가 출시된 후 결심이 흔들리고 있다.

"목돈 모으기 상품 중에서 유일하게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는 점이 끌렸어요. 5년이나 묶어야 하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소득공제 혜택만 챙겨도 이득이라는 생각에 가입을 고려 중입니다."

17일 소장펀드가 출시되면서 바꿔놓은 풍경이다. 정부가 소장펀드에 연 30만원이 넘는 파격적인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펀드로 모이고 있다. 극심한 침체에 풀이 죽어 있던 증권사들도 각종 이벤트를 벌이며 고객 모으기에 돌입했다.

소장펀드는 연간 총 급여액이 5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가 연 600만원을 투자하면 240만원(납입액의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연말정산을 통해 약 4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가입기간은 최소 5년이며 600만원 한도 내에서 일정 금액을 주기적으로 납입하거나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소득공제 혜택은 최장 10년까지 받을 수 있지만 5년 이내 해지하면 소득공제 감면액을 추징받게 된다. 한도 내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소장펀드에 가입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혜택에 벌써부터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7일 소장펀드 출시 이후 이틀 동안 총 2만8천432계좌가 개설됐다. 소장펀드로 유입된 금액은 30억7천300만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을 깨울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데 이를 잡아둘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2010년 54.59%에 달했지만 지난해 46.50%로 내려갔다. 올해에도 이달 18일까지 44.36%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증권사들도 고객 모시기에 돌입했다. 소장펀드 가입만으로 최소 5년을 고객으로 붙잡아 둘 수 있어 각종 이벤트까지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 말까지 월 10만원 이상, 3년 이상 자동이체 고객에게 최대 3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준다. NH농협증권은 월 10만원 이상, 1년 이상 자동이체 고객에게 '휴대폰 보조 배터리' 혹은 '혼합잡곡 7종세트'(2㎏)를 주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갖가지 선물로 투자자를 유혹하는 중이다. 신한금융투자 시지점 정연준 부지점장은 "30개 자산운용사가 44개의 소득공제 장기펀드를 공동출시했다. 박근혜정부가 그간 유지했던 감세정책을 증세정책 기조로 전환해 소득공제가 축소 또는 폐지됨에 따라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정부가 거의 유일하게 세제혜택을 부여한 대표적 절세상품이다"고 설명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