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행복편지] 빛나는 실수

입력 2014-03-18 07:41:35

'실수'라고 하면, 행여 내게 일어날까 두렵기 만한 부정적인 느낌부터 먼저 갖게 되는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이번 동계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 중 착지 실수를 했을 때, 보시던 분들 모두가 가슴이 철렁하셨을 겁니다. 이런 '실수'가 빛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빛나는 실수', 얼마 전 발간된 책 제목이기도 하지요. 이 책의 저자는 실수를 '당시에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이 주어졌다는 가정 아래 최적화에 이르지 못한 판단, 행동, 의사결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실수를 결론적인 측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기까지의 노력, 도전 등 투입의 측면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꿔 생각해보면 실수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도전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실수'이지만, 자기계발 서적이나 경영 관련 서적 등에서는 '실수'의 중요성을 그 무엇보다 강조하곤 합니다. '실수'를 했을 때, 좌절감, 패배감에만 젖어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사람들에게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한 걸음 더 앞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라는 것이지요.

과연 사람이 실수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모르는 것은 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더 삶을 어렵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능력이 키워져 현명해지는 것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실수 없이 살아가려는 사람은 준비에 또 준비를 거듭하여 완벽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로 말미암아 더 많은 기회를 놓치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부분 사람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에만 집착해 그 이면에 감추어진 기회를 보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얼마 전 빙모상을 치르면서 겪은 실수 하나를 말씀드리지요. 서울 장례식장에서 출발하며 장지인 진주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 가족은 제가 운전하는 차로 출발하였지요. 운구 차를 따라가다 버스 전용차로를 만나면서 저는 뒤로 처졌지요. 주말이라 버스전용차로에서는 씽씽 달리는데 일반 주행 차선은 정체가 심했지요. 대충 생각해봐도 1시간 정도는 늦을 것 같아 고민하다가 버스전용차로 위반을 감행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위반은 엄두도 내지 않을 것인데, 상주가 늦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차가 결국 제 차를 잡더군요. 저는 경찰관에게 지금 상중이고 장지인 진주까지 가야 하는데, 정체로 늦어서 그러니 양해를 부탁했지요. 그런데 젊은 경찰관이 제게 꽤 야단을 치기에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잘못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인데 말이지요. 결국은 우리 애들이 사정하고 진정시키고 해서 딱지를 받고 싸움은 끝났지요.

다시 일반 주행차로로 운전하면서 저는 불만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상주 옷을 입은 걸 봤으면 적당히 끝내야지 무슨 저런 사람이 있느냐며 짜증을 냈지요. 그런데 우리 애들이 아빠가 잘못해 놓고서는 아빠답지 않다며, 할머니 상중인데 아빠가 너무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했고 어른답지 못하게 실수를 했다며 인정을 하고 바로 애들에게도 사과했습니다. 물론 이후로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고요. 저는 실수하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실수하고 나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고 믿고 그렇게 행동하지요. 이래야 이 풍진 세상에서도 살아가는 맛이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이상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실수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보다 빨리 배우고, 깊게 배우고,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실수는 실수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여러분이 경험하고 있고, 경험하게 되실 '빛나는 실수'를 응원합니다.

송인섭/대구테크노파크 원장 insopsong@tt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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