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인맥 관리의 요령

입력 2014-03-12 07:31:49

지난해 초 홍콩 여행을 갔는데 마지막 날 가이드가 우리 일행을 보고 무슨 관계인지 궁금하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60대 여자 성악가, 50대 첼리스트와 샐러리맨, 40대 피아니스트와 남자 성악가. 이렇게 5명이 여행을 갔으니 경험 많은 가이드도 감이 잡히지 않았던 모양이다.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가 기획한 살롱 음악회에 출연하고 뒤풀이를 같이하게 되면서 시작된 이 모임의 이름은 '막연회'. 막연하게 모인다는 뜻으로 지었던 이름인데, 지난 3년여 동안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뜻 깊은 일을 해보자는 마음까지 통해 장애인 시설에서 작은 음악회도 하며 많은 일을 벌여왔으니, 이 정도라면 '막역회'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예나 지금이나 인맥(人脈)은 사회생활의 중요한 키워드다. 사전적으로는 정계, 재계, 학계에서 형성된 사람들의 유대 관계를 뜻하는 이 단어에서 맥(脈)은 줄기를 뜻하니 인맥은 나무가 크면서 뻗어나가는 가지처럼 사람도 그렇다는 의미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기 마련. 유지되는 관계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멀어지는 경우도 생기는데, '인맥'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게 된다. 사실 '관리'란 말이 썩 유쾌한 표현은 아니지만 '인맥 관리'란 말이 비단 현대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유대인들의 지침서 '탈무드'에서도 '옛 친구들을 챙겨라. 지금 갖고 있는 최고의 재산을 소홀히 하지 마라'란 가르침이 남아 있다. 게다가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인 스탠리 밀그램이 발표한 케빈 베이컨의 '여섯 다리 법칙'을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여섯 명만 거치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연결된다'고 하지 않는가. 얘기들을 종합하면 인맥은 없는 것이 아니라 유지를 못 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 더 옳은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인맥을 유지하는 쉬운 방법은 밥을 같이 먹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인사말도 그래서 "언제 밥 한번 먹자"이다. 하지만 그 중 90%는 실제로 밥을 먹자는 말이 아니라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라는 표현만큼 모호한 제안이 없다. 그러니 밥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라는 표현보다는 '오늘, 내일,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잡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조만간 봐요' '다음에 만나요'란 인사로만 마음을 대신한다. 마음이 거기까지이니 인맥도 다음과 나중으로 미뤄지고 만다. '지금, 당장, 이곳'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건 어떨까. 사소한 그 차이가 인맥을 깊고 넓게 만들어주는 비법이라는 것을 실천하는 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흔한 얘기다.

신현욱 계명대학교 성악과 외래교수 tenore9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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