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깨진 유리창

입력 2014-03-11 11:20:44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재미있는 설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최첨단 프리크라임 시스템(Precrime System)을 갖춘 미래의 도시가 배경인 것이다.

범죄 장소와 시간, 심지어는 범죄를 저지를 사람까지 정확히 예측해 내는 시스템 아래 특수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예비 범죄자를 체포한다는 내용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가 빈발할 때마다 정말 이런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범죄는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이병헌과 최민식이 출연한 범죄 스릴러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도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약혼녀를 잃은 주인공이 연쇄살인범을 붙잡고도 계속 놓아주는 것이다. 범인을 고통과 공포 속으로 몰아가며 처절하게 응징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사건은 장인과 처제까지 희생되는 비극으로 확산되고 만다.

1990년대 미국 뉴욕은 범죄로 몸살을 앓았다. 뉴욕 여행 안내 책자에 '지하철을 타지 마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을 정도였다. 당시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봤지만, 예산만 낭비한 채 무능한 시장이란 비난에 직면했다.

그런데 우연히 읽은 책에서 특별한 아이디어를 얻은 시장은 '낙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담반을 편성해 거리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벽면 가득 찬 낙서를 지웠다. 그 결과 중범죄의 70% 이상이 줄어들었다.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고 뉴욕은 안전 도시로 거듭난 것이다.

줄리아니 시장이 적용한 것은 바로 미국 범죄심리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었다. 깨진 유리창 하나가 범죄를 확산시킨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 방치가 더 큰 사고나 범죄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 실험 결과도 있다. 범죄 지대에 보닛을 열어놓은 차를 방치할 경우, 멀쩡한 차에는 손을 대는 사람이 없었는데, 유리창 하나가 깨어진 차에는 추가 파손 등 각종 범죄가 뒤따른 것이다. 대구시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주변에 상존해 있는 갖가지 위험 요인들을 조사해 복구하는 '깨진 유리창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대구가 일상적으로 더욱 정결하고 안전한 도시로 면모를 일신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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