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불행한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이런 사고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가 깨져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만나고 부딪히는 사람들이 나를 속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서로를 의심하는 불신 사회가 되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에 모르는 전화번호와 문자가 뜨면 받기에도 주저하게 된다.
의료계에서도 요즘 환자와 의사 간의 불신으로 인한 폐해가 이슈화되고 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실수를 하게 되면 소송당하거나 환자에게 시달리게 되므로 이런저런 검사를 더 해야 하는 처지에 대해 한탄을 하는 실정이다. 반면에 환자들은 '이 병원에서 나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을까?' 하는, 즉 과잉진료를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실정이다.
의사는 환자가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그 질병에 대해 진료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 검사를 해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 없는 한 환자들은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과잉진료는 의료비를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환자들의 건강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의료계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반발로 의료파업이라는 절체절명의 카드를 뽑아들기는 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환자와 의사 간의 불신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 작금의 상황에 대한 원초적인 입장을 검토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보면 어떨까? 정부가 지금 시행하고자 하는 여러 정책들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가, 의사들이 주장하는 반대론은 정말 환자를 위해서인가 냉철히 생각해 볼 시점이다.
박경리의 '불신사회'라는 소설이 있다. 이 작품은 1957년 작품으로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진영이라는 여성의 힘겨운 삶이 중심 내용이다. 주인공 진영이 불신하는 구체적 대상으로 '종교와 병원'이 나온다. 종교는 절망에서의 구원을 의미하고, 병원은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성스러운 곳이므로 성직자와 신도, 의사와 환자에게 신뢰가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그 신뢰가 깨지면서 생명이 돈벌이 수단이 되는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그 소설이 나온 지 57년이 지난 시점에 그 소설 제목이 크게 우리를 흔들어 댄다. 각각의 자리에서 신뢰회복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진리를 실천하는 우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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