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끝나지 않은 진실, 효소 열풍

입력 2014-03-10 07:49:37

요즘 웰빙식품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천연, 발효, 약선, 사찰 음식 등의 단어에 아주 익숙해져 있으며 거기에다 효소, 효소 식품 하면서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래 효소란 생화학 전문용어인데 이젠 웬만하면 다 아는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효소의 정의는 '생물체 내에서 화학 반응을 촉매(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해 도와주는 물질)하는 단백질로 대사 작용에 필수적이며 조건이 맞지 않으면 활동을 중단한다'고 되어 있다. 최근에는 웬만한 집에서 효소라는 이름 아래 건강 음식으로 그 위치가 점점 강화되어 가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가정에서 얘기하는 효소는 정말 효소일까? 그 진실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효소를 만드는 방법을 보면 설탕에 재료를 1대 1로 혼합하여 일정기간 저장한다. 이때 발효가 일어나 유용한 물질(효소 등)이 형성된다고 하는 것이 일반화된 얘기이다. 정상적으로 발효되면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발효란 미생물의 종류와 재료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필자는 이런 방법을 설탕 절임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발효의 핵심은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이 빠른 속도로 증식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나친 당 함량은 좋은 미생물의 성장을 도리어 억제하는 경향이 높다. 발효가 진행되어 효소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이 효소액을 섭취하면 몸속에 있는 효소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효소는 특정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 단백질이고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분해되거나 모양이 변해서 생명체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또 우려되는 것이 설탕인데 시간이 지나면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력을 촉진해 혈당량을 높임으로써 성인병과 비만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주위에서 얘기하는 효소의 종류를 보면, 꽃 효소, 100가지 효소, 다이어트효소, 심지어는 암을 다스리는 효소 등등 구세주 같은 이미지로 우리를 혼란케 한다. 효소의 카오스(혼란) 시대에 서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면은 없을까? 매실이 그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매실은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구연산이 매우 풍부한 열매이다. 설탕에 절이면 농도 차이에 의해 외부로 매실 내 수분이 이동하게 되면서 구연산과 같은 유익한 물질이 빠져나오게 된다. 포도당과 구연산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필수성분이기 때문에 쇠약하거나 소화기능이 떨어질 때는 매실 효소는 이런 기능을 보완해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효소액을 만들 때 과도한 설탕 사용, 무분별한 식재료와 근거가 미약한 비과학적 방법에서 태어난 효소액을 지나치게 음용한다든지 특정질환에 대해 맹신하는 것은 건강 도우미가 아니라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안봉전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약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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