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에 이끌려 오는 아동들을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친구 물건이나 선생님의 물건에 손을 대다가 '훔치는 아이'로 지목되어 행동수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아이양육엔 뭐니뭐니해도 따끔한 체벌과 매서운 사랑이 필수라고 주장하는 보호자 엄마는 부아가 부글부글 치밀어 오르다 못해 몇 번이고 애를 가리켜 '애물단지'라 외치며 속상해 한다. 집에는 먹을 것이며 입을 것이며 없는 것이 없건만 뭐가 부족해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다 학교로부터 절도자라는 수치스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기막혀 한다.
아이 엄마가 숨이 넘어갈 듯 말한다.
"선생님, 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물건을 닥치는 대로 훔쳐 오다가 절도로 걸렸대요! 어떡하면 좋아요?"
한 차례 폭풍이 훑고 지나간 듯 한 어머니의 외침을 듣던 필자는 아이 엄마 눈을 가만히 맞추며 말했다.
"이 아이의 행동은 절도, 훔침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단지 허락 없이 가지고 옮겨 왔을 뿐'이에요."
필자의 말끝에 아이는 숙였던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아이 엄마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부모의 사랑이 부족한 아이는 마음의 배가 고프다. 너무너무 사랑의 배가 고프면 아이는 자기가 갖지 못한 '좋은 부모'를 가진 친구가 부럽다. 그 친구를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부모가 그립고 그 친구를 풍성하게 돕고 지지해 주는 그런 부모가 부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행복해 보이는 친구 필통 속의 작은 지우개를 가져오기로 작정한다. 그 행위는 바로 친구의 작은 필통에 향기나는 지우개를 채워 넣어 주었을 그 어머니의 향기를…. 친구 몰래 그 지우개를 가져옴으로써 맡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이른바 일각의 어른들이 표현하는 '훔침' 또는 '절도'라는 용어로 오해받는 행동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오다'(bring)라는 개념으로 말한다.
어른들이 싫어하는 그 아이가 남의 물건을 동의 없이 몰래 가지고 옮겨오는 행동의 이면에는 다만 '좋은 어머니'를 느끼려는 눈물겨운 자구책이었을 뿐임을 아는 어른들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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