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핑을 하던 중 '반려동물의 과거와 현재'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봤다. 여러 동물들이 각각 같은 장소 또는 같은 사람과 다른 시간에 찍은 사진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그 속엔 세면대에 절반도 차지하지 못하던 아기 고양이가 세면대에 꽉 들어차는 고양이로 자란 모습과, 생기발랄한 10대의 모습이던 반려인과 그의 강아지가 훌쩍 커서 성인과 성견이 된 채 예전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은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그 사진들은 단지 반려동물의 세월이 이만큼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었다. 덩치가 커져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세면대 안에, 서랍장 속에 몸을 구겨 넣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웃기기도 했지만 사진 속에 나타나지 않은, 그 사이의 시간들 속에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에게 분명 수많은 추억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모습들이 입가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좋아 보이고 부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가슴 한편이 찡해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진 속에 담겨진 '세월의 흐름'이 내게도 꽤나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체셔를 처음 만났을 때, -물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단 체셔가 꽤 컸지만- 그때가 내 기억 속 체셔가 가장 작고 귀여웠다. 당시의 아기 체셔는 지금에 비하면 작아서 내 품안에 쏙 들어올 정도였다. 책상 위에 올라와 모니터 앞 키보드에 기대어 누워있을 때면 키보드보다 덩치가 더 작았고, 베개처럼 베고 누워있는 내 지갑이 체셔의 머리와 비교되어 더 크게 부각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더 털이 복슬복슬하고 탐스러웠기에 정말 한 마리의 작은 귀여운 털보고양이였다. 게다가 걸핏하면 꾀를 내는 지금의 체셔와는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어린 고양이였기에, 우리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경계하지도 않았고, 좁은 원룸에서도 전혀 나가고 싶어 하거나 답답해하는 기색 없이 잘 먹고 잘 놀았으며 졸릴 때면 내 이불 위, 의자 위, 책상 위 어디든 가리지 않고 늘어져 잠을 자곤 했다.
솔직히 지난 시간들 속 체셔와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다 생각나지는 않는다. 내가 기억력이 좋은 편도 아닐뿐더러, 대부분이 너무나 일상적인 일들이라 그렇게 주의 깊게 새기고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억들이 생각나서 사진을 본다'라기보다는 '사진을 보면 추억들이 생각난다'라는 게 딱 해당되는 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반려 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사진상으로 봐야 비로소 '그동안 이만큼이나 세월이 흘렀구나' 하고 실감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묘한 점이 있다면, 나의 10대나 20대 초반의 시간들을 떠올리면 종종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드는 것과는 달리, 예전의 체셔가 그립거나 그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덩치는 커졌어도, 그리고 그 나름 세상물(?)을 많이 먹어서 외할머니로부터 '시근이 다 들었다'란 말도 듣는 체셔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 눈엔 똑같이 귀여운 녀석이다. 그리고 그 추억들이 나에게 뜻깊고 행복했던 시간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지금이 더 좋다. 예전보다 지금의 우리가 훨씬 더 서로에 대한 마음과 믿음이 커졌고 그만큼 서로에게 더 소중한 관계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 내 옆에 누워 있는, 혹은 꼬리를 살랑이고 있는 체셔와 눈을 마주할 때면 '내 옆에 있어줘 고마워' 하고 속으로 되뇌곤 한다. 아마 오늘 내가 만났던 사진들 속 반려인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함께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많은 행복을 안겨다 주는 것이 바로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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