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900만원 들인 전자식 자전거 보관대 '애물단지'

입력 2014-03-05 10:17:55

관리 소홀로 대부분 고장, 방치된 자전거 엉켜 흉물

5일 대구 2
5일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앞 전자식 자전거 보관대에 개인 자물쇠로 묶어 놓은 자전거가 놓여 있다. 전자식 자전거 보관대가 고장 난 채 방치되고 있어 상당수 자전거가 이처럼 개인 자물쇠로 보관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전자식 자전거 보관대가 관리소홀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방치된 자전거가 많아 순환율이 떨어지고, 고장이 나도 수리를 하지 않아 이용에 불편이 크다.

2009년 대구 중구청은 자전거 소유자가 자물쇠를 걸어야 하는 기존 거치대의 불편을 덜고 도난 방지를 위해 전자식 보관대를 설치했다. 이 보관대는 자전거 바퀴를 홈에 넣고, 교통카드나 RFID 칩을 인식기에 대면 자동으로 잠기는 방식이다.

중구청은 당시 경대병원역 2번 출구(8대), 4번 출구(5대), 2'28공원 북서편(8대), 롯데영플라자 입구(11대), 경상감영공원 앞(28대), 덕산빌딩 앞(11대) 등 6곳에 모두 71대를 댈 수 있는 보관대를 마련했다. 동구청도 이듬해 동촌역 자전거 공영주차장에 29대의 전자식 보관대를 설치했다. 중구청과 동구청이 들인 돈만 각각 6천300만원(대당 90만원), 2천610만원이다.

하지만 설치 후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더욱이 오래된 자전거가 서로 뒤엉켜 있어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4일 오후 중구 롯데영플라자 앞 보관대는 11대의 자전거를 댈 수 있게 돼 있으나 이 중 7대는 작동하지 않았다. 3대에는 먼지가 수북한 자전거가 방치돼 있었다. 경상감영공원 보관대에는 앞바퀴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곳에 다른 자전거가 자물쇠를 걸어놓기도 했다. 빈 보관대 14개를 실험해보니 1대밖에 작동하지 않았다. 덕산빌딩 앞 보관대에는 주차된 자전거 4대 중 3대가 타이어에 구멍이 나 있었고, 10일 이상 지났음을 알리는 불이 켜져 있었다. 정상 작동을 한 기기는 1대뿐이었다.

이모(30) 씨는 "얼마 전 전자식 보관대에 주차하러 자물쇠 없이 자전거를 타고 동성로에 왔다가 낭패를 봤다. 고장이 나서 자전거를 댈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구청과 동구청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중구청은 지역 내 전체 기존 자전거 거치대와 전자식 보관대의 관리와 수거를 각각 1명이 담당하고 있다. 동구청은 자전거 주차장 바로 옆 자전거 수리센터(희망근로 3명)에서 관리하지만 방치된 자전거를 손댈 수 없어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10일 이상 무단 방치된 자전거는 구청이 처분할 수 있으나 뒤늦게 소유주가 나타나 항의하는 사례가 많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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