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 곳곳에 방치 건물주들 수거대 신청 기피
2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근 원룸밀집지역. 골목 입구 전봇대 주변은 비닐봉지며 신문지, 음료수 병, 나무젓가락, 컵라면 용기 등이 수북이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내다버린 지 며칠이 지났는지, 종이류는 전날 내린 비에 젖어 있었다. 남구 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지랑역 주변의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역시 페트병, 맥주 캔 등 각종 쓰레기가 골목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한 주민은 "분리수거대가 없어 재활용쓰레기를 전봇대 등에 몰래 쌓아두는 일이 많다"며 "구청이 특정한 날에 수거를 해가지만, 며칠씩 쌓여 있으면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여름에는 악취도 풍긴다"고 했다.
대구의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봉투와 전용수거함 등 종량제가 적용되는 일반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와 달리 플라스틱, 유리, 캔, 종이, 비닐 등 재활용쓰레기는 수거함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골목 미관을 해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처럼 다가구밀집지역이 쓰레기장으로 변한 것은 재활용 분리수거대가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각 구청이 2010년 재활용품 분리수거대를 이런 다가구밀집지역에 집중적으로 보급했다. 그러나 이를 설치해달라는 신청자가 적어 설치된 분리수거대가 2천 개 안팎에 그치고 있다. 대구의 다가구주택이 4만7천950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재활용품 분리수거대 보급률은 5%도 되지 않는다.
분리수거대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주변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같은 경북대 인근 원룸 촌이지만 주위에 분리수거대가 없는 곳은 쓰레기장이 됐고, 있는 곳은 깨끗했다.
주택가 분리수거대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아파트와 달리 건물주가 관리한다는 조건 아래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설치해 준다. 아니면 개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관리가 번거롭다 보니 건물주가 신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남구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윤모(52) 씨는 "입주자들이 제대로 분리해 배출하지 않아 재활용 쓰레기가 섞일 때가 많다. 종이상자에 담아 내놓으면 종이상자를 가져가면서 내용물을 죄다 쏟아놔 엉망이 된다"고 했다.
전북 전주시에는 2008년 이후 준공된 다가구주택 절반 이상에 분리수거대가 설치돼 있다. 전주시가 폐기물관리조례 시행규칙을 통해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 기숙사 등은 재활용분리수거대를 1조 이상 설치해 최소 3일분 이상을 보관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다가구주택의 전수조사를 펼쳐 미설치 가구에는 협조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분리수거대 설치에 힘쓰고 있다. 전주시는 미설치 다가구주택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도 시 조례 시행규칙을 통해 대학 근처 원룸에 분리수거대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신축 원룸이나 기존의 미설치 원룸은 건물주가 분리수거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곧 시행할 예정이다.
반면 대구시는 건물주가 신청한 곳에 분리수거용기를 설치해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례로 분리수거대 설치 의무화를 할 계획이 없다"며 "하지만 구'군청별로 분리수거대 보급사업을 하고 있고 일반주택을 대상으로 재활용쓰레기를 담아내는 그물망을 보급하고 있다. 더 많이 설치되면 주거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