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큰 인물 키우는 대구경북

입력 2014-02-26 11:08:31

2022년 12월, 제20대 대통령선거.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대구시장 출신의 유승민 후보와 민주당 대표 출신인 김부겸 후보가 여야 유력 대선 후보로 맞붙었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원칙과 정의를 지키는 소신 있는 지도자로, 대구 지역 정치인의 좌장으로, 시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 초선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역 소음 공해의 원천인 K2 미군 기지 이전 사업을 줄기차게 추진해 특별법을 이끌어냈다. 급기야 이전지 보상과 군 비행장 건설 등을 본격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지역 경제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킨 장본인으로서 동구와 북구뿐 아니라 대구시민 전체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이뤄내지 못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끈기와 열정의 리더십으로 성공시키는 등 국회 국방위원장을 거쳐 이제 전국적인 거물급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김부겸 후보는 어떠한가. 김 후보는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과 균형의 아이콘으로, 대구는 물론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정치인이다. 경기도 군포의 3선 국회의원에서 편안한 다선 국회의원의 길을 마다하고 대구에서 '무모한(?)' 출마를 감행, 장렬하게 희생한 것을 대구시민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편안하고 순탄한 길을 버리고 지역주의 극복과 정치 지형의 다양성 확보라는 대의에 헌신한 것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진보와 보수 양 진영, 여야 정치권 모두로부터 '참신하고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해 온 정치인으로 여겨졌기에 차세대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58년 대구 출신, 경북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제17~19대 국회의원, 대구시장 경력의 유승민 후보.

1958년 상주 출신, 경북고'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학 석사,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 제16~18대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 경력의 김부겸 후보.

두 후보의 학력이나 경력도 닮은꼴로, 대권 주자로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다. 그렇기에 대구경북민들이 두 정치 거인(巨人) 중 한 명을 선택해야만 하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8년 전인 오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 선거전이 뜨겁다. 예년과 달리 후보들이 대거 나서고, 특히 현직이 빠진 대구시장 선거는 더없이 가열되고 있다. 뚜렷이 앞서 달리거나 뒤처진 후보가 없을 만큼 '장'(場)은 제대로 섰다. 대구시민들의 축제의 장이 됨 직하다.

하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서울시장 후보는 모두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로 꼽힌다. 전직을 포함해 이번 선거전에 거론되는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후보들도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반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뿐인가. 충남도지사와 강원도지사도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해당 지역민들로부터 강하게 거명되고 있고, 광주'전남 시도지사 자리도 대선에서는 어김없이 야권의 대선 후보 자리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은 어떠한가. 민선 이후 대구시장이나 경북도지사 자리가 대권을 꿈꿀 수 있는 자리라고 정치권이나 지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던가. 전직 대구시장이나 경상북도지사가 그만한 인물이 없어서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역 정치권과 지역민이 큰 인물을 제대로 키우지 않았거나, 크는 인물조차 싹을 잘라버리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본다.

대구시장이나 경북도지사 선거가 지역 발전을 견인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을 도모할 대망(大望)을 꾸는 인물들이 서로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장이 된다면 그 판은 더 커지고,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근현대를 거치면서 대구경북은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해 왔고, 앞으로 지역이 키워야 할 인물은 분명히 있다고 확신한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큰 꿈과 그림을 그리고, 유권자들도 이들 후보 중 대권주자로 키워야 할 인물이 누구인지 꼼꼼히 살펴보길 바란다.

정치의 계절을 맞아 8년 후, 13년 후 대구경북이 키워낸 숱한 인물 중 한 명을 한국의 지도자로 선택해야 하는 고민스럽고도 행복한 상상도를 그려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