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여의도에 목매는 지방자치

입력 2014-02-25 07:27:48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A군수는 요즘 걱정이 태산 같다. 지역구 B국회의원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대상자로 B의원의 심중에는 다른 인사가 들어 있었다. 최근에는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C군수가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달 초만 해도 3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C군수였다.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극심한 불화에 따른 유'무형의 압박이 3선 불출마의 원인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권당 고위층에서는 '3선 공천 불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인구 2만~3만 명의 군에서 12년씩 한 사람이 군수를 하는 것은 제재해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부터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초선 또는 재선 단체장의 경우 다음 선거를 위해 열심히 뛰지만, 3선이 되면 다음 선거를 준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3선 공천 불가론의 배경이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뒤엎은 새누리당이 3선 공천 불가론까지 들고 나오는 것은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잘하는 정치인에게는 계속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경우 연임 제한이 없다. 다만, 현행 지방자치제도는 행정의 책임자이자 막대한 예산의 집행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3선까지만 연임을 허용하고 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장기 집권에 따른 독단과 매너리즘 등 폐해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선거직은 3선 연임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3선 공천 불가론이 원칙이 된다고 치자. 앞으로는 3선 단체장에게서 나타날 부정적 현상들이 재선 단체장에게도 나타날 것이다. 3선 기회가 차단된 재선 단체장이 유권자든, 국회의원이든 간에 신경 쓸 일이 뭐 있을까. 그러면 다음 지방선거 때부터는 재선 공천 불가론을 들고 나올 텐가.

에두르지 말고 솔직해지자. '공천은 당선'이라는 정치 풍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은 기초단체장 위에 군림하는 '상왕'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거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싹을 미리 자르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3선 공천 불가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닌가. 지역구 국회의원님이 방문해주시면 기초단체장이 고개를 조아리며 차문을 열어주는 희한한 풍경이 연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풀뿌리가 아닌 '여의도'에 목을 매는 지방자치, 더 이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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