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오롱의 안전 불감증이 학생 목숨 빼앗았다

입력 2014-02-24 11:11:16

부산외대 총학생회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를 신입생 환영회 장소로 선택한 결정적 동기는 '대기업이 하니까 더 안전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그 대기업인 코오롱은 이런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렸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의 원인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감독 소홀,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적설량 등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부실은 재벌 그룹인 코오롱의 안전 불감증이다. 코오롱 소유의 리조트 측은 이 시설을 체육관으로 등록했다가 실제로는 집회'공연 등 다중이용시설로도 사용했다. 이번 사고 일주일 전에도 대구의 한 대학이 MT 장소로 사용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다중이용시설일 경우 엄격한 규정으로 건설비가 많이 들고, 까다로운 안전 점검을 받아야 해 이를 피하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건설뿐 아니라 유지'관리에서도 관계 계열사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등 편법을 써 시설 안전 점검을 객관적으로 할 기회를 만들지 않았다. 턱없는 공사비에서도 재벌의 부도덕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유대운 의원에 따르면 이 체육관 건설 비용은 1억 4천960만 원으로 3.3㎡당 40만 원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PEB식 건물의 시공비는 3.3㎡당 평균 100만~120만 원이라고 지적했다. 원천적으로 부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붕의 경사 각도도 설계도면처럼 했는지 의문이고, H빔도 정상 제품을 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집회'공연을 위한 조명 등을 설치했지만, 이번처럼 눈이 쌓여도 기본적인 제설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는 최소한의 안전조차 담보하지 못한 장소로 1천 명이 넘는 학생을 내몬 것과 같다. 대기업이 원칙보다 각종 편법'날림'부실'무감각한 운영으로 꽃다운 생명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다치게 했다. 대기업은 법 준수를 넘어서는 윤리경영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에서 드러나는 코오롱의 행보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체육관을 다중이용시설로 쓰고도 안전 관리를 외면하는 코오롱은 매출만 재벌이지 대기업의 자격이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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