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지나쳐도 괜찮을까? 경도인지장애는 나이와 교육수준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지지만 일상생활에는 대체로 지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치매 전(前) 단계일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 야치매를 예방하고 진행도 늦출 수 있다. 지역사회 역학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3~19%에 이른다. 연간 발생률은 인구 1천 명당 8~58명이며, 이들 중 11~33%는 2년 내에, 50%가량은 5년 내에 치매로 바뀐다고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는 지장 없지만 자꾸 깜빡깜빡
박순정(가명'72) 할머니는 1년쯤 전부터 심해진 건망증 때문에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머리가 늘 멍하고, 노인학교에서 일 년 넘게 한글을 배웠는데도 아직 글자를 전혀 모른다고 했다. 한 달 전쯤부터는 자꾸 자기 물건이 없어진다며 누군가 훔쳐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은 어딘가에 잘 보관해 두고서 깜빡 잊은 것. 일종의 망상인 셈이다.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길을 잃은 적은 없었다. 자주 다니는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로 길 찾기에도 문제가 없었다. 보호자가 따로 챙기지 않아도 개인위생은 잘 지켰고, 때와 장소에 맞게 옷도 골라 입었다. 예전부터 해오던 요리나 집안일 등 반복되는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복지관'노인학교에서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돈 관리도 직접하고, 계산력'판단력도 예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딸은 "다만 원래 돈 관리가 철저했는데 요즘 들어 관심이 없어지는지 다소 소홀해진다"고 했다.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가령 전화를 끊고 난 직후에 무슨 대화를 했는지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표현력, 이해력은 괜찮은 편이었고 발음 장애도 없었다. 머리를 다치거나 뇌졸중을 일으킨 적은 없었고, 다만 8년 전부터 고혈압약을 먹고 있었다.
◆치매로 갈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
박 할머니는 아직 치매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몇년 내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경도인지장애'에 속했다. 반복되는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고, 큰 사건에 대한 기억력도 대체로 잘 유지되는 편이었다. 다만 사소한 일은 힌트를 줘야 기억해내고, 건망증이 지속되는데다 최근 누군가 자기 물건을 훔쳐간다는 망상증이 생긴 것이 문제였다.
신경심리검사(치매선별 및 척도검사) 결과, 기억력'시공간 지각력'어휘력이 조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뇌 MRI 검사에서도 일부 이상 부위가 발견됐다. 앞으로 인지기능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단일광자 단층촬영(SPECT) 검사 결과, 대뇌 전체적으로 뇌혈류가 감소돼 겉으로 보이는 증상보다 이미 뇌기능 손상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종합할 때 비록 경도인지장애라고 해도 빠른 치료가 필요했다.
특히 '기억성 경도인지장애'는 가벼운 기억력 장애에서 시작해 점점 심해진다. 초기엔 기억력'기타 인지기능 장애를 느끼지만 치매 기준에는 미달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하기 쉬운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50대 이상 연령에서 기억력 장애 있다면 검사 필요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44%가량은 1년쯤 지난 뒤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는 작은 증상이 있을 때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그만큼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인지기능 장애뿐 아니라 불안'우울증'초조함'무감동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치매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 가능성이 훨씬 높음이 입증됐다. 취미활동이나 도구를 쓰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 하는 것도 치매 전조증상이다. 이런 증상은 치매 진단 2년 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한 노인들이 기억력 장애를 호소할 때, 병적인 상태인지 정상 노화과정인지 구분할 정확한 지표가 아직 없다. 아울러 기억력이 떨어진 단계가 경도인지장애로 진행될 때까지 무려 15년간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도 환자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고혈압'당뇨'흡연'스트레스 등)를 조절하고, 인지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우울증'갑상선질환 등을 조심해야 한다.
영남대병원 신경과 박미영 교수는 "아세틸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가 인지기능의 악화를 막고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보고됐다"며 "50세 이상 연령대이고, 기억력 장애를 호소한다면 반드시 조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도움말=영남대병원 신경과 박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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