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시피는 실력! 맛있는 동네 빵집들

입력 2014-02-22 07:00:13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많이 생기면서 전국 어디서든 맛있는 빵을 먹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네 빵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프랜차이즈 빵집에는 없는 '그 집만의 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공과 패기로 무장한 동네 빵집 네 군데를 찾아가봤다. 맛있는 빵을 주섬주섬 담다 보니 두 손은 무거워졌고 지갑은 가벼워졌다.

◆"내공으로 승부합니다"- 쉐프의 꿈

대구 동구 아양로 큰고개오거리 동보맨션 1층 상가에는 두 곳의 빵집이 나란히 붙어 영업하고 있다. 한 곳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 '파리바게트'이고, 그 옆은 파티시에 배익수(60) 씨가 운영하는 '쉐프의 꿈'이라는 빵집이다. 대부분의 동네 빵집이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이 빵집은 건재하다. 지난해 1월에 문을 연 이 빵집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들어온다.

이 빵집의 인기 비결은 대구에서만 20년 이상 빵을 만들어 온 배익수 씨의 내공이다. 배 씨는 서울에서도 빵을 만들어오다 1990년대 초 대구에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때 배 씨의 빵집은 동성로와 상인동에서 인기있는 빵집이었다. 그러다 배 씨는 몇 년 전부터 건강이 나빠져 빵 만드는 일을 잠시 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쉐프의 꿈'을 열면서 그의 내공은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때의 빵 맛을 잊지 못하고 달서구 등지에서 배 씨의 빵집을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있다.

배 씨는 옥수수식빵부터 도넛, 단팥빵, 깨찰빵까지 익숙한 빵을 잘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제가 만든 빵들이 이 동네 손님들 입맛에 맞아서 그런지 종류에 관계없이 골고루 잘 나가는 편이에요. 최근에 도시락통에 넣은 호두파이와 햄치즈마늘빵, 크림치즈롤을 만들었는데 손님들 반응이 좋아요. 게다가 가격도 프랜차이즈 빵집에 비해 저렴한 것들도 많다 보니 실속파들이 많이 오시죠."

'쉐프의 꿈'에서 가장 인기있는 빵은 '코요테'라는 빵으로 한 번에 10개 이상을 사가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과자 같은 식감의 빵 안에 호두 앙금이 발라져 있는 이 빵은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살아나는데다 거기에 달콤한 호두 앙금이 조화를 이룬다. 또 최근에 인기가 좋다는 햄치즈마늘빵은 햄, 치즈, 마늘의 향이 어우러져 느끼하거나 짜지 않고 양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할 정도다.

◆젊은 파티시에의 개성 듬뿍 '폭스브롯'

대구 달서구 상원로의 한 주택가 골목에 제법 분위기 좋은 빵집이 하나 있다. 얼핏 보면 카페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커피와 차를 팔고 있지만 주종목은 빵이다. 동네 빵집이라고 하기에는 인테리어나 빵의 종류가 평범하지 않다. 맛집 블로거들 사이에서 '숨은 맛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곳은 젊은 파티시에가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빵을 만드는 곳인 '폭스브롯'(Volks Brot)이다.

'폭스브롯'은 독일어로 '모두의 빵'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만든 빵을 모두가 맛있어하는 빵이 되길 바라는 파티시에 김종하(26) 씨의 바람이 담겨 있다. 김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제빵을 배우기 시작해 서울의 '뉴욕제과'와 같은 여러 제과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 씨는 '오히려 작은 동네의 빵집이라면 나만의 색깔을 가진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3개월 전 부모님이 계신 대구로 내려와 작은 동네에 빵집을 열었다.

'폭스브롯'의 빵들은 호밀빵 종류 '하드 계열'이 주를 이룬다. 빵의 종류는 대략 10가지 안팎으로 많지 않다. 게다가 빵의 숫자 또한 한 종류당 5개 안팎으로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빵의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대량으로 만들기보다는 적은 양이라도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3시쯤의 빵 진열장에는 절반 가까이 되는 빵들이 이미 다 팔려나갔다. 김 씨는 "오전 10시와 낮 12시 사이, 오후 5시와 6시 사이에 빵이 나오기 때문에 이때 찾아오면 맛있는 빵을 드실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브롯'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빵은 '크랜베리 크림치즈'와 '호두 커런츠'다. 첫 식감은 딱딱하지만 씹을수록 호밀의 구수한 맛과 안에 박힌 마른 과일과 호두의 맛이 같이 느껴져 손이 자꾸 가게 된다. 대부분 샌드위치를 만들 때 많이 쓰는 이탈리아식 빵인 치아바타를 변형해 만든 '포테이토 치아바타'나 '토마토 치아바타'도 인기가 좋다. 달콤한 빵을 원한다면 페스트리 안에 초콜릿이 든 '뺑오쇼콜라'나 커스터드와 밤이 조화를 이룬 '밤브리오슈'를 선택하면 된다.

김종하 씨는 빵을 만들 때 '첨가제, 개량제, 마가린 등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첨가제 등을 쓰면 빵이 부드러워질 수는 있지만 빵을 먹고 나서 느껴지는 더부룩함과 속쓰림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란다. 마가린 대신 뉴질랜드산 버터를 써 빵의 풍미와 향도 풍부하다.

"저는 빵을 제가 만든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주택가에 있는 빵집이지만 빵 맛 하나만큼은 프랜차이즈 빵집뿐만 아니라 다른 빵집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제빵 40년 안도의 자존심 '맘모스제과'

안동시 남부동 구 안동시내(차 없는 거리)에 들어서면 옷가게와 휴대전화 매장들 사이로 아이보리색 벽돌에 노란 조명으로 치장한 제과점이 보인다. 점심때가 지난 늦은 오후였는데도 빵과 과자를 사려고 줄지은 사람들이 제과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점원이 크림치즈빵을 선반에 올려놓자마자 매장 안 손님들은 선반으로 몰려들었고 한 판에 20개씩 총 40개가 단 10분 만에 동났다.

대기업 가맹점 빵집도 아니고 번화가에 자리하지도 않은 이 빵집은 40년째 한 곳을 지키며 빵을 만드는 '맘모스제과점'이다. '맘모스제과점'은 안동에도 불어닥친 프랜차이즈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줄을 서는 빵집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맛집 가이드인 '미슐랭 그린 가이드'에 소개됐을 뿐만 아니라 서울의 특급호텔에도 납품을 의뢰받기도 했다.

이 빵집의 대표 이정우(38) 씨는 아버지 이석현(68) 씨가 운영하던 제과점을 지난 1998년부터 물려받아 15년째 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대 초반 일본에서 유학하며 빵과 과자 만드는 법을 배웠고,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기에 그가 주방에 들어서고는 맛과 더불어 모양까지 갖추게 됐다. 이 빵집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최고의 재료를 아끼지 않고 쓴다.

"'○○빵'이라고 이름이 붙으면 ○○에 들어가는 재료의 맛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만드는 게 우리 빵집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사과또띠야' '유자 파운드'와 같이 재료의 특성이 살아있는 빵들이 잘 팔리고 있습니다. 또 같은 빵이라도 사용하는 재료를 계속 바꾸어가면서 빵마다 그 맛을 확연히 낼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하고 또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후 6시쯤, 빵 선반에 절반 이상이 팔려나가 퇴근하고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빈 선반을 바라보며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빵을 계속 만들지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라 손님들에게 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40주년을 맞지만 더 크고 화려하게 변화하기보다는 40년 뒤에도 멋진 빵집으로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안동'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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