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들, 맛·개성으로 대기업 베이커리에 도전하다

입력 2014-02-22 07:54:01

이채근 기자
이채근 기자

동네 빵집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밀려 수세에 몰리던 동네 빵집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독특한 빵으로 다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게다가 획일적인 체인점 빵 맛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하나둘씩 동네 빵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동네 빵집은 다시 동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

◆누가 동네 빵집을 이류라 하는가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의 공격적 마케팅과 물량 공세가 시작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동네 빵집은 '별로'라는 인식을 가졌었다. 화려한 인테리어의 점포와 예쁜 디자인을 내세운 빵들이 맛도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들의 틈바구니에서 동네 빵집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는 듯했다. 실제로 고통을 견디지 못한 많은 동네 빵집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대한제과협회에 따르면 2000년 1만8천여 개였던 동네빵집이 2012년에는 4천여 개로 급감했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1천500여 개에서 5천200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빵의 맛은 거기까지였다. 맛은 획일화되어 '그냥' 무난한 정도일 뿐이었다. 소비자들의 입맛은 조금씩 식상해져갔다.

제과 공룡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빵집들은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40~50년씩 한자리를 지키며 맛을 지키고 있는 '명가'들은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품들로 소비자의 발길을 잡고 있다. 개중에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들도 많이 있다. 수십 년을 쌓아온 '공든 탑'은 누구도 무너뜨릴 수가 없었다. 신선함도 빼놓을 수 없는 동네 빵집들만의 강점이었다.

새롭게 동네 빵집에 진입하는 파티시에들의 무기는 실력과 개성이다. 소비자들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맛,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열정으로 동네 상권 탈환을 벼르고 있다. 요즘은 카페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로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들은 하나하나 자신들만의 '공든 탑'을 쌓아올리는 중이다.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 된 빵

3, 4년 전부터 일어난 동네 빵집에 대한 우호적 여론도 한몫을 하고 있다. 빵이 경제민주화와 골목상권 사수의 아이콘이 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동네 상권을 장악하며 동네 빵집들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소비자들의 의식이 변화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는 2012년 4월 파리바게트와 뚜레주르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기존 점포 500m 이내에선 출점이 금지되기까지 했다. 동네 빵집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우리는 왜 동네 빵집을 '골목 상권 사수의 아이콘'으로 만들어가면서까지 지키려고 했을까? 동네에 빵집이 2, 3곳 씩 있었던 시절에는 '그 빵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동네 입구의 빵집에서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헤이즐넛 파이를 팔았고 길 건너 버스정류장 근처의 빵집은 같은 단팥빵이나 크로켓이라도 뭔가 다른 맛 때문에 손님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처럼 공장에서 생산된 빵,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반죽을 받아 굽는 빵이 아닌 빵집에서 직접 반죽을 하는 모습과 갓 구워낸 신선한 빵의 냄새는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먹었던 첫 빵의 기억은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빵이 아닌 동네 빵집에서 산 옥수수식빵이나 단팥빵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이런 추억을 대신해 주지 못한다. 게다가 동네 빵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독특한 메뉴는 하나의 추억이 되고 이 부분은 동네 빵집만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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