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고 싶다" 젊은 작가들의 외침

입력 2014-02-21 07:16:27

지역 작가 5명 크리티컬포인트전…풍자·은유 거침없는 창작 여정

차현욱 작-Eye & Mind
차현욱 작-Eye & Mind
김지문 작-THE WORLD
김지문 작-THE WORLD
남진우 작-The Thinking PlaceⅢ
남진우 작-The Thinking PlaceⅢ
박초록 작-colorful daegu
박초록 작-colorful daegu

영남지역 신진작가 전시회인 '크리티컬 포인트'가 다음 달 26일까지 스페이스K 대구에서 열린다.

크리티컬 포인트는 임계점(臨界點)을 의미하는 화학 용어다. 고체에서 액체로 혹은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하는 순간을 뜻하는 전시 제목은 강렬한 창작 에너지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가는 중대한 기점에 놓인 젊은 작가들의 상황을 은유한다. 사회적 부조리나 사회적 금기에 대해 젊은 작가들이 쏟아내는 거침없는 발언과 신선한 작업 방식은 사회적 규범에 길들여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새로운 희망과 변화의 시작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김지문, 남진우, 박초록, 차현욱, 한형록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지문 작가는 동물 모양으로 세계지도를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지도가 역사 속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힘의 산물임에 주목한다. 인간이 소나 돼지를 부위별로 나누어 인위적인 명칭을 부여하듯 작가는 세계지도 상에 표시된 지명을 동물의 부위별 명칭과 교차시켜 새로운 동물 세계전도를 완성함으로써 힘의 역학관계에 따라 재편되는 현대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남진우 작가는 설치 작품 'The Thinking PlaceⅢ'를 출품했다. 전시장 중심에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세워져 있고 바닥에는 'SEED'와 'HEAD'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원형 입체 오브제들이 빛을 발한다. 인간의 존재를 씨앗에 빗대어 표현한 이 작품은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 인간(SEED)이 여러 유형의 사고(HEAD) 확장 과정을 거쳐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박초록 작가의 '컬러풀 대구' 사진 연작은 대구 시민의 모습을 집단 초상의 방식으로 풀어내 대구시 슬로건을 우회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작가는 일명 아줌마 패션, 공사장 패션, 시장 패션 등 특정 계층이 공유하는 옷 형태를 통해 이면에 가려진 획일화된 집단의식을 경계하며 유행에는 민감하나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상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차현욱 작가는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작가의 마음을 형상화한 수묵산수화를 선보인다. 'Eye & Mind'는 작가가 직접 산천을 누비며 느낀 감흥과 정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화폭에 그려진 첩첩 준령과 강은 왜곡되거나 대담하게 분할되어 운율 감을 부여하며 그 앞에 설치된 원형 오브제들은 조형의 힘을 실어 생명력과 공간감을 불어넣는다. 지필묵을 기반으로 하는 그의 실험적인 작품은 한국 전통회화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형록 작가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각 지역을 여행하며 마주한 역사적 공간을 화면에 담아낸다. 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공간은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작가의 주관이 담긴 가공된 공간이다. 작가의 상상력을 거쳐 재해석된 웅장한 고대 건축물과 장엄한 조각품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영속적 풍경의 한 프레임을 형성한다. 053)766-9377.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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