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11주기, 첫 합동추모식

입력 2014-02-19 11:05:11

15개 시민단체 범추모위 결성, 갈등 빚어온 사안들 대화 물꼬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시지하철참사 범시민추모위원회가 18일 경북대 글로벌프라자 경하홀에서 참사 11주기 합동 추모식을 열었다.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시지하철참사 범시민추모위원회가 18일 경북대 글로벌프라자 경하홀에서 참사 11주기 합동 추모식을 열었다.

"이제야 한자리에 모여 애도합니다. 편히 잠드소서."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피해자단체들이 18일 경북대 글로벌프라자 경하홀에서 참사 11주기 합동 추모식을 열었다.

참사 후 처음으로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범시민추모위원회가 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를 마련했다. 유족들과 시민들은 합동 추모식을 계기로 재단 설립, 추모공원'위령탑 조성 등 그동안 표류했던 추모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희생자'피해자단체들은 추모사업 등에 대한 이견으로 각자 추모식을 열어왔다.

참사가 일어난 오전 9시 53분에 맞춰 1분간 묵념을 하며 시작한 이날 합동 추모식은 희생자 넋 모시기 퍼포먼스와 종교의식, 추도사 낭독, 추모 노래, 넋 보내기 퍼포먼스, 분향'헌화 등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유족과 대구시 관계자, 대구시장 예비후보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유족들은 추모식이 끝나자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아 추모 조형물 앞에서 참배했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윤석기 위원장은 "이번 합동 추모식으로 그간 흩어졌던 희생자단체가 모인 만큼 앞으로 많은 대화를 나눈다면 그동안 진척을 보지 못했던 추모사업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비상대책위원회 박성찬 위원장은 "여전히 단체별로 바라는 바는 다소 다르지만 함께 뜻을 모은다면 지지부진했던 추모사업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합동 추모제를 계기로 추모사업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재단 설립, 추모공원'위령탑 조성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구시와 희생자'피해자단체들은 참사 이후 국민이 모은 성금 670억원 중 유족에게 지급하고 남은 114억원으로 공익재단을 세우기로 하고 2010년 12월 창립총회를 열었다. 하지만 각 단체와 대구시 등이 재단 운영권을 두고 다른 의견을 내놓아 지금껏 재단 설립이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김범일 대구시장이 참사 10주년 담화문에서 재단 설립에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지만 아직 진척은 없다.

추모공원과 위령탑 조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공원이 없어 희생자 64명의 영정은 대구 중구에 있는 희생자대책위원회 사무실 한쪽 벽에 걸려 있다. 무연고 희생자로 남은 6명도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대구시립묘지에 임시로 안장돼 있다.

추모공원'위령탑 건립과 이를 어디에 세울지에 대한 과제도 함께 풀어가야 할 일이다. 이날도 유족들이 추모 조형물에 참배하려고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았지만 인근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동화사집단시설지구 상인들은 2009년 10월 희생자대책위가 시민안전테마파크 일대에 희생자 29명의 유골을 수목장으로 치른 것에 반발해 2010년부터 유족의 참배를 막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처음으로 치른 합동 추모식을 통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던 희생자'피해자단체가 큰 틀에서 뜻을 모으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각종 추모사업이 하루빨리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대구지하철화재참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한 정신지체장애인이 휘발유에 불을 붙이면서 발생, 모두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