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최정운 씨 눈물의 사연, 비보에 베트남 아내 급히 귀국
연극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투잡'을 뛰던 한 지역 연극인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고 최정운(43) 씨다. 특히 베트남 출신 부인을 홀로 남겨두고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인은 17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열린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환영회 사회자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고인의 시신은 경주중앙병원에 안치됐다.
고인은 부산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구 연극계에서 활동했다. 당시 극단 동성로 대표였던 문창성(55'전 대구시립극단 감독) 씨는 2003년 대구U대회 때 한 문화행사에서 스태프로 일하던 고인을 처음 만나 극단 단원으로 발탁했다. 문 씨는 고인에 대해 "요즘 세대와 달리 가볍고 발랄한 연극보다는 진중하고 선이 분명한 연극을 추구한 보기 드문 친구였다. 안타까운 인재를 잃었다"고 했다.
이후 고인은 극단 동성로 대표 자리를 이어받았고,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연극 제작비와 활동비를 충당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하녀들' '카니발' 등 진중한 연극 작품들을 꾸준히 연출했다. 그러던 고인은 수년 전부터는 연극 작품을 전혀 무대에 올리지 못했고, 대구 연극계에서도 활동이 뜸해졌다. 문 씨는 "생활이 어려워 결국 자신이 하고 싶던 연극을 제대로 못 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저승에 가서는 연극 활동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인은 2012년에 베트남 부인을 맞은 다문화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아직 아이는 없다. 고인은 부인이 한국 생활에 적응이 어렵다고 하자 지난해 잠시 친정으로 보냈다. 사고 소식을 들은 부인은 곧 한국에 올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연극 선배로 인연을 맺은 김재만(52'대구 달성문화재단 정책실장) 극단 엑터스토리 대표는 고인에 대해 "연극에 대한 소신과 원칙을 중요시한 후배였다. 대구 연극계에 꼭 필요한 인재였다"고 했다. 고인은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었지만 무대에 오르면 180도 다른 모습으로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본보기가 되었다.
김 대표는 두 달 전 대구의 한 공연장에 영상촬영 일을 하러 온 고인과 만났다고 했다. "제가 '다시 연극해라'고 하니 정운이는 '해야죠…'라고 답했습니다. 그때 나눈 짧은 대화가 마지막 만남이 돼버렸습니다." 김 대표는 "힘들게 생활하면서도 분명 머리와 가슴속에는 새로운 연극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꿈을 이루는 모습을 영영 볼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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