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지난 한 주 동안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도심은 온통 마비됐지만, 저 멀리 포스코의 대형 굴뚝에는 희뿌연 연기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포항 경제의 오늘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포항 경제의 근간을 떠받치는 포스코의 경영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걱정스럽다. 국제 철강경기 위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미래 때문에 한숨을 푹푹 쉬는 이들이 한둘 아니다.
다음 달 권오준 신임 회장이 취임한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신임 회장에게서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그간 포스코의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신임 회장은 맨 먼저 '윤리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임직원들에게 강요해온 규제부터 과감하게 없애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골프장'고급음식점 출입금지, 판공비 절약 같은 '청교도적' 족쇄는 비리를 일소하는데 일정 역할을 했지만, 영업력 악화를 불러왔다는 내부 비판이 적지 않았다. 감사와 감시 중심의 경영은 조직 내 불신만 가져왔을 뿐이다. 이면지를 다시 쓰고 전깃불을 끈다고 해서 경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믿는 이는 없다. '윤리경영'은 정준양 회장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차원의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위 임원들을 지나치게 우대해온 것도 문제다. 임원이 되면 본사에서 몇 년 보내고, 그 뒤에는 직급을 높여 계열사 혹은 자회사에서 근무하면서 10년을 채우기 일쑤였다. 임원이 되기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됐다고 하면 '철밥통'과 비슷했다. 심지어 20년 넘게 임원을 한 이도 있다. 혹자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근무여건, 대우가 좋지 않은데 그 정도 근무 연수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그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기업 임원에 비해 그다지 많은 일을 하지 않은 듯했다. 현재 임원 처리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권과도 결연하게 단절해야 한다. 회장 선임과정에서 보듯 후보자라면 너도나도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풍경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상층부의 그런 모습이 회사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게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포스코의 현재 어려움은 일정부분 정치권에 끌려다녀 온 결과물이 아니던가.
굳이 이런 충고를 하지 않더라도, 신임 회장이 현재의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포스코만큼 지역 기여도가 높고 국민 친화적인 기업도 없다. 포스코가 잘돼야 포항도 산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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