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체프 예술감독 겸 지휘자
대구시립교향악단이 10년 만에 다시 외국인 지휘자 시대를 맞이했다. 12일 열린 예술감독 심사위원회에서 줄리안 코바체프는 심사위원 7명 만장일치로 곽승 지휘자의 뒤를 이을 대구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선임됐다. 임기 2년의 코바체프는 오는 4월부터 연간 10회 지휘를 기준으로 총 20회의 무대를 선보이게 된다.
이날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그의 프로필만을 보고 심사했다. 공모가 아니라 초빙 형식이다 보니 객원지휘 등을 통해 그의 실력을 검증하는 절차는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다수 지휘하는 등 워낙 화려한 경력을 가진 지휘자인데다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실력을 검증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대구시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줄 명망 있는 지휘자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첫음부터 끝음까지 악보 전체를 정확하고 깔끔하게 풀어내는 지휘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외국인 지휘자가 대구시향의 선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4번째다. 1996년 1월 처음으로 러시아의 라빌 마르티노프가 5대 지휘자로 부임한 뒤 6대 보구슬라브 마데이, 7대 박탕 조르다니아에 이르기까지 9년 동안 외국인 지휘자 시대가 이어졌다. 큰 체구에 험악한(?) 인상의 마르티노프는 확실한 카리스마로 대구시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영어를 못하고, 이질적인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2년 만에 하차했다. 박탕 조르다니아 역시 지휘에 있어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건강이 악화되면서 3년 만에 지휘봉을 놓았다.
이후 한국인으로 넘어가 이현세, 곽승 지휘자가 수장을 맡았다가 이번에 줄리안 코바체프가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다시 외국인 지휘자 시대를 열었다. 배선주 대구시민회관장은 "마에스트로 곽승의 네임밸류를 뛰어넘을 만한 인물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코바체프는 오케스트라 지휘는 물론이고 오페라 지휘에도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대구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오페라축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지휘자가 대구시향을 이끌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짧은 연습시간. 과거 외국인 지휘자들의 경우 "나는 음을 조율하는 마에스트로이지, 단원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데 매달리는 트레이너가 아니다"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배 관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바체프는'매 공연마다 10일 이상 대구에 머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단원 관리나 행정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등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임지휘자를 조만간 선발할 예정이다. 상임지휘자가 상주할 수 없다 보니 코바체프는 음악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나머지 행정적인 부분은 전임지휘자와 대구시민회관 측에서 맡게 된다.
배선주 관장은 "올해는 대구시민회관이 개관하고 난 뒤 이미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최고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역대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초대 이기홍 : 1964.11~1979.5
제2대 우종억 : 1979.7~1986.9
제3대 강수일 : 1987.3~1990.9
제4대 박성완 : 1991.6~1995.7
제5대 라빌 마르티노프(Ravil Martynov 러시아) : 1996.1~1997.12
제6대 보구슬라브 마데이(Boguslaw Madey 폴란드) : 1999.10~2001.9
제7대 박탕 조르다니아(Vakhtang Jordania 미국) : 2002.1~2004.11
제8대 이현세 : 2005.5~2008. 5
제9대 곽승 : 2008.10~201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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