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소관탈도

입력 2014-02-13 14:20:40

풍경 아름답고 물이 너무 맑아 수심 착각할 정도

환상적인 풍광을 지닌 제주도와 추자도 사이에 대관탈도와 소관탈도라는 섬이 있다. 추사 김정희, 면암 최익현 등 조선시대 선비들이 제주로 유배갈 때 이 섬에 이르러 '이제 제주에 다 이르렀구나' 하며 관모를 벗었다고 전해지는 섬이다.

6월, 비가 간간이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자원봉사 물질꾼들과 바다정화작업을 하러 소관탈도로 갔다. 조금때(조수간만의 차가 적을 때)라 조류는 그리 심하지 않고 비는 조금씩 내렸다. 다행히 바람이 없어 파고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날 물질 목적은 하나, 바다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었다. 14명의 자원봉사 물질꾼들과 나는 첫째 날 기상악화로 관탈도에 가지 못했고, 둘째 날 소관탈도에 도착해보니 '오, 이럴 수가' 필자의 눈에 믿을 수 없는 물 색깔이 들어왔다. 바다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아름다웠다.

아마추어 자원봉사 물질꾼들에게 수중정화작업과 안전수칙을 설명하고는 바다에 몸을 던졌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겨주고 마지막에 입수하는 것이 필자의 일인데, 이날만큼은 누구보다 먼저 후다닥 장비를 챙겨 입고는 그 시리도록 푸른 물빛에 흥분돼 가장 먼저 거꾸로 처박히듯 공중제비하며 입수했다.

소관탈도의 북서쪽에 똥여라는 바위 암초가 있다. 물속에는 로프와 폐그물이 잔뜩 보였다. 수심을 재는 계기판을 보니 38m다. 물속 시야가 너무 좋아 바닥은 보이지 않고 수면만 보인다. 나중에 들으니 똥여의 바닥 수심은 80m라고 했다. 똥여는 워낙 가파른 직벽이라 40m까지는 한 번에 청소를 완료했다.

이어 소관탈 본도에서 바다 청소를 했다. 바람이 거세어지기는 했으나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똥여와는 달리 소관탈 본도 근해에는 대형 폐기물이 없어 넓은 지역을 수색하며 작은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섬의 해저 수심은 26m 정도 되고 거기서부터 계단형으로 점차 깊어지는 지형이었다. 얕은 해저 바닥에서 이상한 구조물 같은 것이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전체 구조를 보지 못하고 틈이 있어 들어갔다가 안이 밝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그 형상이 인디언텐트처럼 생긴 돌로 된 구조물이었다. 10m가 넘는 돌판이 세 개가 맞물려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쪽에서도 보고 저쪽에서도 보고, 안에서도 보고 밖에서도 보고 휘황찬란한 연산호의 화려한 빛깔과 햇살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곳이 26m 정도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물속이 밝고 컬러풀했기 때문이다. 공기가 떨어지고 있어 본도의 직벽에 붙어 상승을 시작했다. 직벽에 편안히 붙어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상승할 수 있는 포인트는 외국에도 거의 없다. 다양한 해조류와 연산호류, 어류 등 바다생물을 감상하며 수심 5m에서 안전감압 정지를 하고 있었다. 분명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수심계를 보니 12m가 아닌가. 물이 너무 맑아 착시현상이 생긴 것이었다. 깜짝 놀라 다시 5m까지 상승하여 감압을 했다.

파일럿이 육안 비행을 하다 사고를 일으키는 것처럼 물질꾼들에게도 이런 착시가 있다. 한 번은 경남 거제 홍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입수 전 육안으로는 수심 7m 정도로 생각하고 내려가면서 이퀄라이징(귀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코를 잡고 귀로 공기를 보내는 동작)을 두어 번 했는데도 계속 귀가 아파 수심계를 보니 16m였다. 흔히 물이 맑으면 하강 시나 상승 시 실수하기 쉽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을 믿어야 하지만 내가 실수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고경영(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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