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자식처럼 키운 인삼밭에 눈 폭탄…"

입력 2014-02-10 10:54:51

동해안 곳곳 나흘때 폭설

9일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한 마을의 토마토 비닐하우스가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복구작업을 위해 한 주민이 눈을 치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9일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한 마을의 토마토 비닐하우스가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복구작업을 위해 한 주민이 눈을 치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한두 해도 아니고 6년 농사를 망쳤어요. 6년을 자식처럼 키웠는데…." 올해 6년근 인삼을 수확'출하할 예정이었다는 봉화의 인삼재배농 최원춘(54 )씨는 눈폭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자신의 인삼재배시설을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청송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김영조(51) 씨는 "눈이 내릴 때 걱정이 돼 온풍기를 쉴 새 없이 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음 달 초엔 모종을 옮겨심으려고 했는데 무너진 하우스에서는 올해 농사를 짓기 힘들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 씨의 파프리카 하우스는 1천650㎡가량 내려앉았다.

주말과 휴일 동안 최고 80㎝가 넘는 폭설이 경북 북부와 동해안에 내리면서 곳곳에서 농가 피해가 잇따랐다. 농민들은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폭설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경북 북부와 동해안 일부 지역에 7일부터 10일까지 무려 나흘 동안 대설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10일 오전 또다시 울릉군 52.8㎝, 울진군 서면 산간지역 51.5㎝, 울진군 평지 14.1㎝, 영양군 수비면 산간지역 36.5㎝, 경주시 20㎝, 봉화군 석포면 14㎝, 포항시 8.5㎝, 영덕군 5㎝의 눈이 쌓였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영양, 봉화, 울진, 경주, 영덕, 포항 등 6개 시'군에 대설특보가 내려져 있다.

7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9일까지 쉴새 없이 내리며 경북 북부와 동해안에 큰 피해를 입혔다. 경북도에 따르면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봉화 석포에 86㎝가 내린 것을 비롯해 울진 60㎝, 영양 60㎝, 포항 43㎝, 청송 35㎝ 등 도내 5곳에 폭설이 집중됐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곳곳에서 비닐하우스가 무너져내리고 농가 창고'축사 등도 붕괴됐다. 경북도는 10일 새벽까지 5개 시'군 농가 92곳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비닐하우스 피해가 가장 커 136동(포항 90, 청송 7, 영양 23, 봉화 10, 울진 6)이 무너졌다. 축사 4동(돈사 2, 우사 2), 퇴비사 3동(포항), 농사용창고 7동(포항 6, 영양 1), 저온창고 1동(포항), 버섯재배사 8동(포항 1, 청송 6, 영양 1), 인삼재배시설 3곳(영양 1, 봉화 2), 과수방조망 1동(영양) 등도 눈피해를 입었으며 토마토 등 경작지 피해 신고도 곳곳에서 들어왔다.

토마토 농사를 짓는 남용식(54'청송) 씨는 "올겨울에는 눈이 거의 없어 올 6월 말쯤엔 토마토를 출하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는데 무너진 하우스와 함께 꿈도 무너졌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복구한 뒤에 출하시기를 남들과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경북도는 농가 피해와 관련, 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 많아 피해 집계가 어려우며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농가에서 전화로 들어오는 피해 상황만 접수하고 있어 하우스 내 작물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현장 정밀조사를 진행하면 시설과 농작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10일 오전까지 집계된 피해액 규모는 포항 죽장 9억6천여만원 등 14억여원으로 경북도는 일단 추산했다.

통행이 끊긴 곳도 속출했다. 10일 오전 9시 기준 포항'경주'영덕 등지의 13개 구간에서 교통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10일 오후가 돼야 통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울진 등지에서는 시내버스 운행도 한때 전면 중단됐다. 8일 오후에는 울진 서면 왕피리와 전곡리 일대에서 정전이 발생, 220여 가구가 4시간여 동안 큰 불편을 겪었다.

울진'강병서기자 kbs@msnet.co.kr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청송'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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