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에 왜 괴물 없니" 눈치 보지 않고 쓴 '독서일기'

입력 2014-02-08 09:27:50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이명원 지음/새움 펴냄.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이명원이 자신이 읽은 책을 '짧은 독서일기'로 적어 펴낸 책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를 출간했다. 간단히 말해 '독서 에세이'로 분류 할 수 있지만, '그렇고 그런'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묶은 책'은 결코 아니다. 지은이는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한다.

가령 소설가 이외수의 작품 '괴물'에 대해 '이외수의 '괴물'은 적어도 내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삽화적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 각각의 삽화 속에 거의 50여 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등장하여,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기이하다면 기이한 사건들을 만들어 간다. 그런데 그 사건들은 삽화적 구조에 걸맞게 매우 단편적이어서, 각각의 다른 사건들과 내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중략) 독자들은 이 소설에서 괴물의 출현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는 손쉽게 배반당할 것이다. '괴물'에는 괴물이 등장하지 않으니까'라고 쏘아붙인다.

소설가 황석영의 '심청'에 대해서는 '내 판단에 '심청'이라는 작품은, 황석영의 소설세계에서 공간적 스케일의 확대에 있어서는 가장 광활한 영토를 보여주고 있지만, 작품의 밀도에서는 바닥의 수준을 보여주는 태작이라고 평가될 수준에 있다. 단적으로 말해 이 작품은 실패작이다'고 단언한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별하기 힘든 평범한 독자들을 대신해 전문가의 입장에서 신랄하게 꼬집는 것이다.

평론가와 소설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출간된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에 대해서는 '술술 잘 읽히는 미덕이 있지만, 중반부를 지나면 애초에 견지했던 소설적 긴장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웃으라고 권유하는 작가의 서사 장치는 유머의 과잉'이라며 일침을 날린다.

그야말로 눈치 안 보고 할 말은 다 하는 독서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문단의 인간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문인이자, 인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입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일본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에 대해서는 '왜 이 작품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며 '발로 차주고 싶은 아쿠타가와상'이라고 꼬집는다. 어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만 그렇겠는가. 국내 문학작품 수상작도 그런 경우가 부지기수다.

비판 일색인 것은 물론 아니다.

어떤 작품들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 '좋은 작품'인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주기도 한다. 마지막 장인 '물음표와 느낌표'에서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문학과 출판의 뒷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평범한 독자들이 어떤 책이 좋은지, 어떤 책이 나쁜지,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가면'을 쓰고 독자를 유혹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많은 책을 읽고 스스로 좋은 책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가장 좋다. 그것이 어렵다면 이 책 '마음이 소금밭…'과 같은 책에서 도움을 얻는 것도 좋겠다. 같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면 좋은 책을 읽을수록 좋을 테니까 말이다. 정말 얼마나 많은 나쁜 책이 좋은 책을 서점에서 몰아내며, 독자들의 눈을 가리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355쪽 분량에 80권이 넘는 책 이야기를 담았고, 문학과 출판 뒷얘기까지 붙인 탓에 각 책마다 할애한 분량이 적은 점은 아쉽다. 지은이의 생각을 좀 더 깊이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성싶다. 355쪽, 1만3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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