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연구원 회고
1997년 발굴 당시 진천동 선돌(立石)은 일부가 땅속에 묻혀 있었다. 표면엔 지름 4~6㎝의 성혈이 여러 개 패 있었고 꽤 큰 규모의 바위는 주변에 보이는 여러 고인돌 가운데 하나로 추정되었다.
10월 발굴조사가 시작되고 고인돌의 상석에 대한 사진촬영과 정밀 실측을 준비하면서 표면에 있는 성혈을 조사하던 필자는 비스듬하게 세워진 상석의 서쪽 좁은 바위면 상부에서 인위적인 쪼임 흔적을 발견하였다. 자세히 관찰한 결과 동심원상의 문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암각화 발견 이전까지 사실 간단한 유구 외에 이렇다 할 유물조차 없어서 발굴조사 자체는 상당히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동심원 문양 발견 이후 대구지역에서 최초로 암각화를 발견하였다는 사실에 연구원들은 매우 흥분하였다.
발굴조사 당시 비가 내려 현장조사를 쉬던 어느 날 조사지 주변을 돌아보다 100m 정도 남쪽의 공장건물들 사이에서 마치 진천동 선돌 유적을 축소한 듯 '당상수호신'이라고 새긴 조그마한 석축 제단을 발견했다. 불과 수십 년 전에 지역 주민들이 지내던 동제(洞祭)의 흔적이었다.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2천500여 년의 시공을 넘어선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 모습을 보니 동심원문 암각화가 새겨진 선돌 제단 앞에서 풍요를 기원하며 제천의례를 행하였던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오버랩 되었다.
최근 발굴현장 주변을 다시 찾았다. 청동기시대의 진천동 암각화 선돌 유적은 선사유적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한 세대 전 진천동 사람들의 삶과 정신세계를 담고 있었던 '당상수호신 제단'은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도시화에 떠밀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재환 경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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